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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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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서 하루를 살다


BY mujige.h 2002-03-17

바다에서 하루를 살다


해를 삼킨 바다가

푸른 이끼 만드는 만년의 세월로

천파만파 몸 누이며 달려와 발목을 잡는다

흐린 날의 밤바다는

짙은 안개로 입김을 쏟아 내는지

몸 속부터 차갑게 식히며 가슴에 냉기가 들게 한다

해변 가에 늘어선 붉은 불빛들과

어깨 구부린 남자들이 웅크려 앉은

가난뱅이 천막 같은 허름한 포장마차.

젖은 걸음을 재촉하여

점멸 등이 반짝이며 줄지어 돌아가는

헐렁한 포장마차 비닐 문을 당겼다

한 구석에 앉자마자 다가선 주인에게

어지럽게 붙여 놓은 식단을 쳐다보다

조개구이와 술 한 병을 시킨다

화덕의 번개 탄이 푸드득 타오르고

단단한 껍질 열어 하얀 속살을 익히며

몸 허물어 연기로 오르는 짠 바닷물은

눈 속까지 파고들어 너무 맵다

뜨거움이 목을 타고 오른 후

한기에 얼어버린 귀가 열리고

그제야 세상 풀어내는 소리가 들렸다.

연신 헛기침과 끄덕이는 머리 짓으로

건너편 남자들과 맞장구 하는

까만 얼굴에 중년 남자.

곁에서 열심히 석화를 구워대는 여자를 바라보며

"먹으면서 굽지 그려" 한다

검게 짙어 가는 밤은

아픔에 눌려 넘쳐 나오는 그네들의 넋두리로

우리 모두의 가슴 복판을 징징 울리며 흐르고 있다.

지난 나이 스물과 사십의 나이

그리고 지금을 건너 칠십의 나이까지

길다란 두름으로 오색 강이 되었다

벌겋게 몸 닳던 번개 탄이 삭아질 쯤

지루한 듯 하품하는 주인 여자를 뒤로하고

바다로 향한 비닐 문을 밀고 다시 해변으로 나선다

달려온 모든 강을 품어 안은 바다는

혼 침의 시간에서 깨어날 새벽으로 천천히 가며

세상의 모든 허물을 잡아 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