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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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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창에 봄비 내리던 날


BY 염원정 2002-03-12

 

 --봄비 내리던 날--

                                  염원정


몇 해 전 이사온 사이버 아파트
한 쪽 벽은 온통 유리창
해마다 봄이 되면
엄마 치맛단 같은 그린벨트에
파릇파릇 애기풀이 태어나 
커튼을 달수가 없어

시방 산고를 치른
봄비가 양수처럼 고인 들판엔
윗목 아랫목 가릴 것 없이  
어미의 젖을 찾는

현기증나도록 풋내나는 입들 천지

 

꿈을 지키던 별들이
이맘 때면 빗줄기를 타고 흘러내려오는 듯
삼촉짜리 초록불을 밝히고  

꾸밈 없는 몸짓으로 

알록달록한 음표를 뱉어대는

환장할 판토마임


온 세상 귀를 다 열고 들어도

성에 안차는

천상의 악기 연주   

끝없이 이어지는 

저 이쁘디 이쁘게 두드리는 

지상난타연주 소리에
벌써 녹음이 코 앞에 와 있는 듯 

괜시리 코끝이 시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