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리던 날--
염원정
몇 해 전 이사온 사이버 아파트
한 쪽 벽은 온통 유리창
해마다 봄이 되면
엄마 치맛단 같은 그린벨트에
파릇파릇 애기풀이 태어나
커튼을 달수가 없어
시방 산고를 치른
봄비가 양수처럼 고인 들판엔
윗목 아랫목 가릴 것 없이
어미의 젖을 찾는
현기증나도록 풋내나는 입들 천지
꿈을 지키던 별들이
이맘 때면 빗줄기를 타고 흘러내려오는 듯
삼촉짜리 초록불을 밝히고
꾸밈 없는 몸짓으로
알록달록한 음표를 뱉어대는
환장할 판토마임
온 세상 귀를 다 열고 들어도
성에 안차는
천상의 악기 연주
끝없이 이어지는
저 이쁘디 이쁘게 두드리는
지상난타연주 소리에
벌써 녹음이 코 앞에 와 있는 듯
괜시리 코끝이 시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