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주말마다 손주 보러 오시는 시부모님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46

술이 고픈날


BY poem1001 2002-03-06

술이 고픈날





     술이 고픈날 
     사는일에 갈증이 난다고
     하루 하루가 징글 징글하다고
     잠자던 홧병이 고개를 들었다고

    
     짜증스럽게 울려대는 전화벨소리 뒤로하고
     얼굴도 모르는 명함 
     한구석에 박힌 이름같은
     문서 쪼가리들 던져 버리고 
     신념에 가득찬 사람처럼
     숨통 조이는 이 공간을 당당히 걸어 나가


     사람냄새 그리웠던 사람모냥
     술보다는 대화가 고팠던 사람모냥
     몇날을 눈물을 준비한 사람모냥
     탁자에 널부러져 엎어지도록 마시고 싶어
     
     
     술이 고픈날
     얼어죽을 사랑타령 뒤로하고
     병신같은 살아내기 연습 그만두고
     젠장,
     대나무처럼 꼿꼿한 그놈의 성질 꺾어버리고

   
     사람이 되고 싶은 날
     사람 냄새 풍기며 취하고 싶은 날
     죽음같은 위통이 기다리든 말든
     오늘만 살다 죽을 사람모냥
     발악하듯 퍼마시고 싶은 날   


     술이 고픈날
     취해서 난생처음 누군가에게 시비를 걸어보고
     얼굴이 퍼렇토록 얻어 맞고 싶은 날
     멍울진 살점이 아파서가 아니라
     
  
     사는 일이
     사는 일이
     아파서
     아파서


     빗물고인 길바닥에 널부러져 앉아
     목이 쉬도록 
     목이 쉬도록 
     꺼윽 꺼윽 
     술을 핑계삼아 
     통곡하고 싶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