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봄처녀--
염원정
아버지의 묘를 자식처럼 품은
어쩌면,
까마득히 오래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의 아버지 무덤일지도 모르는 저 산
적당히 거리를 두면 형체가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갈수록 점점
감당할 수 없이 커져
한점 티끌로 나를 감싸는
엄하면서도 자애로운 너른 품에 드니
여느 다른 산과는 다르게
새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투명하고
드문드문 꽃망울 수놓인
내 좋아하는 연두 빛 물방울무늬
온 산이 환하게 두르고 있네
아마도 내 걸음 알아채신 울 아버지,
아지랑이 가물가물 흙내 나는 숨결로
선잠깬 풀뿌리 나무뿌리 귀에 대고
봄처녀 제 온다며
서둘러 꽃단장시키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