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초의 사랑--
염원정
나보다 더 추위를 타는 난초가
이 겨울에
꽃을 피우려 한다
몇 해를 거듭
단맛인지 신맛인지
도대체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때 되면 한 술 뜨듯
먹으면 먹을수록 고프기만 한
이 빌어먹을 나이를
올해도 나는 꼬박꼬박 챙겨 먹고
여전히 웅크리고 있는데,
베란다에 잠깐 머물다 가는
햇볕과의 짧은 정사로
아, 난초가
내 대신 애를 배고
내 애를 낳으려한다
지구가 도는 반대로 맴을 도는
꽃신 한 켤래
한 겹 두 겹 세월을 벗고
빡빡한 실타래를 너슬너슬 풀어
애벌레 꿈속 같은
솜털 보송보송한 미소로 벙글어지는
소리 없는 희열
나보다 더 추위를 타는 난초가
아름다운 선 사이사이
곱디고운 시
내 애를 대신 낳으며
아름다운 마임
온몸으로 너,
봄을 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