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꿈
느티나무가 반기는 동네
낮의 햇볕이 눈밭을 뒹굴고
까치의 퍼덕임에 은빛 금빛 눈꽃이 날리는 고향
어머니는 뽕나무밭에서 잎을 딸까
오동통한 누에 위에 뽕잎을 덮을까
멍석에 앉아, 보리밥에 겉절이 고추장 된장 넣고
양푼에 쓱쓱 비벼 숟가락들 부딪히고 있을까
늦은 밤 제사음식 챙겨 머리에 이고 고개를 넘을까
막내 딸 결혼식장서 촛불 켜고 눈물 찍을까
(병석의 어머니, 선잠 꿈엔)
어머니, 나도 잠들면 꿈꾸고 싶어요
잎이 아른거리고, 빛이 쏟아지는 느티나무 아래 낮잠 잘래요
까치 울음에 화들짝 깨어 서낭당 앞을 달려 어머니 품에 갈래요
수건 쓰고, 밭 매거나 뽕잎 따는
어머니 주변 뽕나무 숲을 헤매며, 입술이 검어지도록 오디 따먹을래요
아버지가 막걸리 받아오라면
주전자 들고 논과 방죽을 지나 사들고, 오는 길에 홀짝거리다 취할래요
탱자나무 집 머슴아랑 소꿉놀이, 돌밥 하다 집에 불도 낼래요
순둥이 그 녀석 얼굴에 상처도 남기고
할머니들 담 사이에 삿대질 싸움시켜도 다시 갈래요
다시 시작해라 뚝딱, 나무도끼로 갈참나무 두드리면
우수수 도토리로 쏟아져, 다시 시작할래요
(어머니 옆에 누워 눈뜨고 꾸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