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하는 그
휴식하러 산으로 간 그가
겨울 비 젖으며 나무와 술을 나누는데
그가 입을 열기도 전에
나무가 먼저 하소연을 털어놓는다
어린 시절, 약한 친구의 죽음,
10년 지기 친구가 잘라지는 걸 봐야만 했고,
슬퍼할 겨를 없이
위만 보고 곧게 자라기 위해 전력을 다했는데
며칠 전,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진 새벽
잘나가던 친구가 쓰러졌노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휴식하러 찾아간 그와 나무가 막걸리에 취해
그가 나무에 등을 보이며 묵직한 오줌 줄 들켜 쥐고 방뇨 후에
삶이란 산이나 산밑이나 다를 게 없다 말하며 내려오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