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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길을 걸으며


BY 들국화 2002-02-03

들길을 걸으며


peace12


석양이 수채화처럼 그려진
늦가을 들녘
겨울은
살아 속삭이는
도랑물 흐르는 소리에 묻혀 있고

일렁이던 금빛 들판
곱게 푸르던 풀잎들도 모두 떠나고
계절의 시간 뒤엔
들판은 자신을 비워 가는 일

살아 있어 좋은 모든 것들
못 잊어도 가버린 것들
그리워도 흘러간 날들
아픔 지나간 자리엔 아쉬운 바람 지나는
빈들이 되어 가는 일

산너머 어디쯤
겨울 너머 어디쯤
기약없는 사랑으로 채워야 할
빈 가슴 되어 가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