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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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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날 고향 생각...


BY 개망초꽃 2002-01-30













고향집엔 아무도 살지 않았습니다.

봉선화꽃이 피던 앞마당엔

풀만 산처럼 살고 있었습니다.


앵두나무꽃이 새하얗던 뒷뜰엔

옻나무 한그루만 그늘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돼지가 시시때때로 크던 우물이 있던

뒬 안 웅덩이엔 탁한 빗물만 고여 있었습니다.


지난 여름 남동생과 아이들과 들려 본 고향집은

아주아주 작아져 있었습니다.


높아 보이던 봉당도 훌쩍 올라갈 수 있었고

멍청하니 누워

미루나무를 쳐다보던 마루도

제비가 집을 짓던 처마도

부엌 천장도 납작하게 눌러 놓은 것 같았습니다.


자주 감자꽃이 피던 밭엔

담배꽃이 피고,


오이가 주렁주렁 달리던 텃밭엔

깻잎만 무성했습니다.


할머니의 잔소리와

할아버지의 한숨소리와

외숙모의 부지런한 소리가 들리던 고향집...


초록으로 움트던 겨울 보리밭.

수건을 쓰고 텃밭에 왼종일 앉아 있던 고향사람들...

하루에 두어번 버스가 냅다 달리던 흙먼지 나던 고향길.

두엄이 숙성되고

뒷간에서 퍼다 뿌린 거름이 흙으로 스며들던 고향내음.


지난 여름날 고향생각...

고향의 그리움...

고향으로 가는 비탈진 산길.


외할머니가 보고싶습니다.

옥수수가 먹고 싶습니다.

산도라지 꽃이 선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