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친정 엄마가 계셔 좋습니다. 엄마는 언제나 한결같으십니다. 세월이 아무리 지워져도 계절이 수도없이 변덕을 부려도 엄만, 엄만,변하지 않습니다. 나만 보면 안쓰럽다 하십니다. 엄마가 더 힘겹고 고달프고 외롭게 사셨으면서 나만 보면 불쌍하다 하십니다. 그럼 난 화를 냅니다. 화를 낼 일이 아니면서 왜 화가날까요? 어릴적 엄마가 돈 벌러 서울로 떠났을 땐. 엄마가 미웠습니다. 엄마가 보고싶어 미웠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엄마가 옆에 있는데 나만 엄마가 없어서 슬펐습니다. 고갯마루를 노을이 지고 어두워질때까지 쳐다보다가 오늘도 오지 않는 엄마가 미워 밤마다 이불 뒤집어 쓰고 소리죽여 울었던 기억.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입니다. 엄마는 내가 늙어간다고 안타깝다 하십니다. 엄마는 더 늙었으면서 예순이 넘으셔서 노인복지회관도 가시고 지하철도 꽁짜이시면서 나보고만 늙어간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십니다. 엄마가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좋은데... 엄마가 한 동네에 사셔서 든든한데... 엄마가 아직도 곱고 건강하셔서 고마운데... 자식을 위해 젊은시절부터 혼자사신 엄마. 자식들 학교 보내느라 중년이 뭔지도 모르게 지나가신 엄마. 자식 때문에 지금도 일을 놓지 못하시는 엄마. 엄마가 훨씬 더 늙었으면서 내가 늙어가는 게 안타깝다 하십니다. 엄마가 훨씬 훨씬 더 고달프고 외로우면서 내가 불쌍하다며 한숨을 풀럭풀럭 쉬십니다. 옷 따스하게 입고 다려라. 미끄러우니 밖에 나가지 말아라. 밥 많이 먹어라. 아픈데는 없냐. 일찍 자거라. 엄마는 잔소리를 하십니다. 엄마는 걱정도 팔자이신가 봅니다. 엄마는 다 그런가 봅니다. 특히 우리엄마는 더 그러하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