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사생활 김영천 사막의 어떤 식물은 완전히 말라죽었다가 스무 해가 더 된 후까지라도 좋은 조건이 되면 다시 발아한다고 하네 아무리 깜깜한 벽이라도 끝끝내 타고 올라가다가 적당한 장소에 씨앗을 심는 좁은 잎 패란초도 있네 우리는 얼마나 쉽게 포기하는가 오랜 가뭄을 견디었다가 빗방울의 힘을 빌려서야 씨앗을 퍼뜨리는 목도리흙밤버섯이며 석임눈을 뚫고 피어나는 얼음새기꽃이며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소개되는 꽃은 아니라도 사람보다 더 잘 참으며 더 잘 견디며, 무슨 자잘한 생각들이 모두 모여서 우루루 피어나는 냉이꽃이나 밟아야 더욱 굳게 뿌리를 내리는 것들은 또 얼마나 자신을 낮추어서야 강하게 살아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