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마당에
토끼 한마리 키운다
두마리를 사왔는데
한 놈은 세상밖이 그리운지
작은집을 헤집고 나와
도망 가려다
새끼 낳은지 얼마 되지않아 예민한
어미개에게 물려 죽어 버리고
소심한 토끼 한마리만 남았다
나는 가끔 싱싱한 풀을 뜯어
샐쭉 거리는 녀석의 입가에 대어 준다
오물거리며 먹다가
순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토끼란 것이 사람손을 싫어 하는 법인데
이녀석은 무슨 강아지모냥 사람손을 탄다
콧등을 쓰다듬어 주면
지그시 눈을 감고
더 사랑해 달라 보챈다
가을에는
토끼도 외로운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