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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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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소묘


BY 민도식 2001-09-20

옷에 대한 선택이 불분명해지고
낙엽이 매 순간의 분위기를
바꿔버리는 가을이 불타고 있다


사랑이 타고
그리움이 타고
숱한 만남의 뒤안길이
새로운 등불이 되어
우리를 이끈다


두꺼운 외투를 준비해야 할 때에
가슴이 타서 말 못해 숨죽이며
가을의 목을 힘주어 잡는다


가을의 도로에서
그분의 모습이 다가오고
벌레 먹은 낙엽의 출구 속으로
사랑은 끊임없이 분출된다


생동하는 가을의 붉은 단풍이 불타고
자연에 동화된 그와 나의 마음이
불덩이가 된다


비가 내리면
우리의 가슴을 잠시 식혀낼
비가 내리면
우리는 지상에서 제일 작은
우산 속을 같이하며
끝없는 생명의 불길을 태운다


내가 들추는 책 속에서 생각 속에서
불쑥불쑥 얼굴을 내미는 그분의 모습은
가을의 고독을 물리치며
인식의 전환을 꾀한다


가을은
목덜미를 기어올라
붉은 기운을 목 전체에 발산하려 할 때
그분은 두개골을 저편에서 더 이상의
전진을 막아 선다


다가왔던 가을은
이제 돌아서 갈 준비를 하고
우린 애써 가을의 뒷모습을 가슴으로
꼭 쥐고서 놔주질 않는다


가을은 타고 있다
그분이 좋아하는
진한 색을 띄우며
붉게 타고 있다


내가 타고 있다
그가 타고 있다
붉게 붉게 사랑의
가슴을 태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