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둘이 걸었던 길이 있었습니다. 배경음악 : 여행스케치 - 별이진다네
반반한 신작로 길보다는
시원한 고속도로 보다는
떡갈나무와 자작나무와 물푸레나무가 있는
숲길을 즐겨 걸었던 오후가 있었습니다.
숲길엔 풀꽃이 낮게 피고
다정한 물소리를 옆에 끼고
새소리에 귀를 열며
숲 가장자리로 난 오솔길을 걸었습니다.
어릴적엔 산을 너머 초등학교를 다녔습니다.
산길이 끝나면 미루나무 가로수가 있는 신작로 길이 나왔습니다.
산길보다 걷기는 편했지만
한쪽으로만 정해진 길을 걸어야 해서 답답했습니다.
어른이 된 후...
고속도로를 자주 나가게 되었습니다.
빠른 속도로 목적지까지 갈 수 있었지만
획일적이라 지루하고 삭막했습니다.
그래서 숲길을 걷고 싶었던 날...
같이 숲길을 걷고 싶어했던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우린 험난하고 고단한 산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스스로 선택한 길이였지만
그 사람이 옆에 있기에 가능했던 선택이였습니다.
내가 전부라 했던...
나 하나만으로 모든 걸 버릴 수 있다 했던 사람.
길도 세월따라 변하듯이...
산길보다는 신작로 길이 편하고
신작로 길보다는 고속도로가 빠르고 편리하다는 걸...
난 이제 같이 걸었던 산 길을 혼자 걷고 있습니다.
두 갈래 길에 서서 망설인 날도 많았고
길을 잃고 헤매인 적도 더러 있었고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일은 혼자 남았다는 외로움이였습니다.
편한 길로 돌아선 사람.
돌아서서 가는 그 사람의 뒷모습...
가라했습니다.
다 가라했습니다.
오늘도 혼자 숲길을 걷고 있습니다.
이제 단풍이 들어 어느순간 낙하되어 떨어지면
낙엽을 그 사람이라 여기며 밟고 걸어야 겠습니다.
빈가지 사이로 보이는 하늘을 보면서...
떠난 그 사람을 지워가면서...
안녕...
가을이여...
안녕...
사랑했던 한 사람이여...
안녕...
숲길로 떠난 사랑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