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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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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를 위하여


BY 청보라 2001-09-10


잠자리를 위하여


알류미늄 창 틈에 끼어
꼬리가 잘려 죽은 잠자리
태어나다 죽은 아이 염하듯
가슴으로 받쳐든다

장독대에서 빨래 줄로
빨래 줄에서 꽃잎으로
꽃잎에서 문식이 까까머리로
문식이 머리에서 설흔 일곱 분칠한 내 얼굴로
날아들다 유리문에 부딪쳤구나
간혹,
수 백 개 눈동자도 너를 속이는구나

빗자루 들이대자 창틀이
토막 난 꼬리를 토해 낸다
해부학교실 의대생 핀셋처럼
집게손가락으로 조심스레
몸통에 맞추어 본다
날개 달린 몸통이 버석버석
한쪽으로 쓰러진다
한번씩 쓰러질 때마다
곤충의 기억도 조금씩 사라진다
차라리 잘된 일이다
껍질 하나 더 벗었으니
개미처럼 기는 나
날개 없는 나는
껍질한번 제대로 벗지 못하였는데
어쩌면, 나보다 낮다

바람이
잘린 시신 바닥에 굴려 가을볕을 바르고
창을 깨고 하늘로 거둬 간다
잠자리가 흘린 가을볕이
바닥에 묻어있다.

2001.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