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계절
또 접어야할 너의 계절
아쉬움을 떨치지 못해
얽힌 울타리 밑을 떠돌다
붉게 멍든 너
짓무른 장마 비에
쫓기는 듯 떠나는 뒷모습
바라보는 내 눈가에
무성한 가시로 남는구나
웃으며 찾아올 너를
다시 기다리는 동안
나는
얼마나 세월의 가시에
찔려 아파야 할지
너 만이 알 수 있으리
내 생의 울타리가
풍우에 주저앉아도
넌 그 진한 입술로
입맞춤을 해주겠지
이미 멀리 가버린
나의 장미의 계절
오월마다 올 수 있는
꽃의 여왕 장미야
차라리 나는
너의 화병이고 싶다
차라리 너의 예리한
가시이고 싶다
돌아보니
벌써 내 앞에
장미 빛 황혼이
친근한 모습으로
웃고 있구나
어차피
접어야할 나의 계절이라면
남은 내 삶 저 장미 빛
황혼만큼 곱게 물들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