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촌 이야기 (5)
- 가동 304호 수연이네-
1
가동 304호 수연이네는
탐스런 웃음 가슴 넉넉한
착한 아줌마다.
남편은 외아들 삼대독자
첫아이 딸 낳아
죄인 아닌 죄인이 되었다.
이쁜 손녀 받아 안고도
뭐 하나 안 달린 게
못내 서운한 시부모
'다음번엔 아들 낳거라'
가시 숨긴 말씀 듣고
수연이네 다음날부터
아들 낳기 도움된다며
찝찔하고 맛도 없는
다시다 우린 물
마시기 시작했다.
2
두 살박이 수연이는
씩씩한 여장군
임신팔개월 봉긋한 엄마배
'동생 고추야? 잠지야?'
짓궂은 질문에
망설이는 기색 없이
'고추, 고추, 고추우우'
넙업죽 대답하는 수연이
어린 수연이 조차
아들소리 머리깊이
박혔나 보다.
생길 꺼 다 생긴 태아이건만
수연이네 아줌마
아들이길 바라고 또 바란다.
3
애교떨고 재롱 많은
귀여운 수연이
첫아이 아들 낳고
딸아이 부러워서
딸 키우는 재미 좋지?
극성맞고 무뚝뚝한 아들
장난 심한 말썽쟁이라
좋을 꺼 하나 없네!
뚝 던지는 한마디에
딸 낳으면 못할 소리
아들 나은 유세한다
발끈하는 수연이네
4
여자로 태어나
남의 집 시집가서
가장 중대한 일
떡두꺼비 아들 낳아
알량한 성씨가문
이어주는 거란다.
아들 나면 제주도 가고
딸 나면 해외 가는
좋은 세상 왔다지만
아들 하나 못 낳으면
당당히 첩들이는 옛날식
外소박 없어도
內소박 당하는
아들 없는 아줌마들
5
여존남비 시대라
떠드는 사람들아
성씨 족벌 호주제도
몽땅 버리기 전엔
아들아들 울부짓는
이땅의 아줌마에게
비판의 칼끝 겨눠
남아선호사상 온상이라
몰아 세우지 말지라.
그네들 아들 소린
인간대접 받기 위한
피 말리는 울음이니
가엽다 불쌍하다
여겨주면 안되것소.
수연이네 아줌마야
둘째 꼭 아들 낳아
우리 며느리 장하단
소리 듣고 다니길...
2001년 8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