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 지나
가을이 오려나 보나
느닷없이 그렇게
가을이
텅빈 계곡
옷 속으로 스며드는 소슬한 바람
무거운 머릿속까지
스며드는
아
지금 여기가 어디지?
진주 가려다 삼천포
진흙탕속에 차바퀴가 박혀
진주는커녕 여기에서 이러고
차를 버리고 다시
서울까지 걸어가야 하나보다.
누가 나를 서울로
데려다 주지 않으려나?
구조원을 기다리다 오지 않으면
그냥 여기가 종착역이라고 생각하고
소슬한 바람
혼자 맞고 서서
잘못 접어든 길
후회하다가
지나가는 트럭이라도 뵈면
태워달라고 부탁하고
잠깐,
정말 서울이 맞나?
목적지가?
그냥 진주로 갈까?
부산으로 갈까?
하와이,
파리로 갈까?
목적지 없는 인생
이렇게 허우적거리는 맛도
괜찮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