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그 곳을 찾아가던 날이...
요즘처럼 비가 왔다갔다 하던 여름이였을거야.
똑같이 맞춰 산 티를 입고
청바지를 입고,
버스를 타고 갔었지.아마도...
더웠지만 우린 손을 잡고 걸었어.
얕트막한 물이 흐르고,
크고 작은 카페들이 줄줄이 있었던...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마냥 떠들고 웃었었어.
여기까지 얘기하니 알겠니?
모른다면 넌 건망증이 심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나를 잊은거겠지...
그랬다면 그건 정말 너무 한거야.
우린 많은 카페중에
지붕을 볏짚으로 엮은 카페에 들어갔었어.
갑자기 어두워져서 안이 보이지 않았지만
아주 인자하게 나이 들어 계신
아주머니 한 분이 인사를 했었잖아.
확실히 기억나지? 에이...멍충이...
넌 툭하면 나보고 멍충이라고 놀렸지?
우린 원두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한 잔만 시켰고...
커피 한 잔을 낙서 투성인 탁자에 놓고,
네가 후후 불어가며 식혀 준 커피를 한모금씩 나눠 마셨잖아.
그리고 나서 서로에게 쪽지 편지를 쓰기로 했고...
네가 뭐라고 썼드라?
분명 내 곁에 영원히 있어 달라고 썼을거야.
그 쪽지 편지를 천장에 붙혀 놓고,
다음에 다시 오자고 했었는데...
다시 여름이 오고
또 다시 여름이 오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생각이 나.
한 잔의 커피를 시켰던 어두침침한 그 카페.
두고온 쪽지 편지.
돌아오던 길에 갑자기 내리던 소낙비...
우리들이 쓴 쪽지 편지가 그 카페에 남아 있을까?
누렇게 변한 종이처럼...
누렇게 바랜 추억처럼...
누렇게 지워진 사랑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