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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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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의 추억


BY 개망초꽃 2001-08-10

언제 였더라?

우리가 그 곳을 찾아가던 날이...

요즘처럼 비가 왔다갔다 하던 여름이였을거야.

똑같이 맞춰 산 티를 입고

청바지를 입고,

버스를 타고 갔었지.아마도...

더웠지만 우린 손을 잡고 걸었어.

얕트막한 물이 흐르고,

크고 작은 카페들이 줄줄이 있었던...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마냥 떠들고 웃었었어.

여기까지 얘기하니 알겠니?

모른다면 넌 건망증이 심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나를 잊은거겠지...

그랬다면 그건 정말 너무 한거야.

우린 많은 카페중에

지붕을 볏짚으로 엮은 카페에 들어갔었어.

갑자기 어두워져서 안이 보이지 않았지만

아주 인자하게 나이 들어 계신

아주머니 한 분이 인사를 했었잖아.

확실히 기억나지? 에이...멍충이...

넌 툭하면 나보고 멍충이라고 놀렸지?

우린 원두커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한 잔만 시켰고...

커피 한 잔을 낙서 투성인 탁자에 놓고,

네가 후후 불어가며 식혀 준 커피를 한모금씩 나눠 마셨잖아.

그리고 나서 서로에게 쪽지 편지를 쓰기로 했고...

네가 뭐라고 썼드라?

분명 내 곁에 영원히 있어 달라고 썼을거야.

그 쪽지 편지를 천장에 붙혀 놓고,

다음에 다시 오자고 했었는데...

다시 여름이 오고

또 다시 여름이 오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생각이 나.

한 잔의 커피를 시켰던 어두침침한 그 카페.

두고온 쪽지 편지.

돌아오던 길에 갑자기 내리던 소낙비...



우리들이 쓴 쪽지 편지가 그 카페에 남아 있을까?

누렇게 변한 종이처럼...

누렇게 바랜 추억처럼...

누렇게 지워진 사랑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