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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물지 못하여
BY baada 2001-07-12
멀리 동해 바다 오징어 잡이 배는
노년의 아비처럼 꾸벅 꾸벅 조올고
나는 어둠을 빛삼아 세상을 응시한다.
간간히 질러가는 세상의 소리는
내 인생의 남은 부분을 칼질하고
숨죽여 드러누운 미미한 나의 허상
어둔 허공을 멤돈다.
생명의 소리 정처없는
낯선 바다 저 끝에
무슨 미련들을 싣고 어부들은
등을 밝히나.
나는 소리 한 점 떨구지 못하고
어둠 속에 앉아
생을 응시한다.
남루한 나의 생을
비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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