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꽃이 싫다
나는 화려한 꽃이 싫다
나는 향기 진한 꽃이 싫다
나는 커다랗고 환한색의 꽃이 싫다
나는 활짝 핀 꽃이 싫다
나는 다발로 핀 꽃이 싫다
나는 잘린 채 담겨있는 꽃이 싫다
모두가 바라보이는 곳에서
모든이의 뭇시선 다 받으며 만개하는 그런 꽃이
나는 싫다
여린 속대로 올라와 연녹의 보드라움으로
햇빛과 바람 받으며 세상을 알아가고
새벽의 이슬 받아 싱그러움으로
생명의 찬란함 보여 주는 잎새들이 나는 좋다
같은 뿌리서 올라와도
제 각기 다른 초록의 모습으로
조금씩 굳건해져 가며 서로 기대어
보듬어 안으며, 마음의 뿌리는 한 곳에서
바라는 이상향은 서로 다른 방향을 찾아 가는
그런 잎새들의 삶이 아름답다
그리고...
산 속 깊은 곳에 홀로 피어
보아주는 이 없더라도
혼자의 시간 속에
작고 영롱한 영혼의 하늘 담을 수 있는
작고 작은 한 송이의 야생화라면
피어 있으면서도 질때의 추함이 보이지 않으니
내리막길이 보일지라도
기꺼이 오르고 싶어지리라
작고 영롱한 영혼을 머금을 수 있다면
살아서도 길고 고결한 꿈으로
이슬처럼 사라지는 날까지 깨끗하리라
푸른 잎새 되지 못한다면
이름 모를 야생화이고 싶어라
2001.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