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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환상


BY wynyungsoo 2001-04-12

무색 광목 이불호청을
북북 뜯어서 광주리에 담아 머리에이고
실 개천의 냇물에 담가놓았네
겨울 내내 식구들의 땟국이
겹겹히 쌓이고 더렵혀진 광목이불 호청을
큰 맘 먹고 하루를 짬내어
광목 이불호청을 빨았네
냇 물에 담구어 흐물흐물
불어터진 식구들의 땟국이
등겨와 잿물로 만든 빨래비누를
처덕처덕 발라서 냅다 방망이질을 쳐대니
찌든 땟국이 흐물흐물 뭉그러지네
애빨은 광목 호청이불 잇을
미리 걸어놓은 돌 삼발이에 양동이를 앉히고
물을 반쯤부어 양잿물을 섞어서
등겨 빨래비누를 듬뿍 치댄
광목 이불호청을 사리를 틀어
잿물이 풀어진 양동이에 담그어
가져간 장작개비를 넉넉히 넣어서
불을 짚히고 한 소금 끓이고 나면
누렇던 광목 이불호청은
새 하얀 옥광목으로 변모하니
독한 양잿물로 손가락 끝이 구멍이나고
독한 냄새 맡으며 방망이질로
힘들었던 몸의 피곤함은
희다 못해서 파르스름 해진 광목 이불호청의
환한 미소에 눈 녹듯이 사라지네
이렇게 어려운 과정들을 평생토록
시부모 위해 남편 위해 자식 위해
손 톱이 다 뭉그러지도록
귀중한 당신을 불사르시며
헌신적인 당신의 고귀하신 삶을
일심의 촛 불로서 명복을 올리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