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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내 슬픔을 더 아파하는 당신께


BY 물빛 2001-03-05

*** 나보다 내 슬픔을 더 아파하는 당신께 ***

엄마,

어둠을 숨기지 못했습니다
메아리 쓰러져 돌아보질 않고
몸살난 하늘이
소나기 쏟아 붓는데
씻어도 씻어도
어둠은 점점 선명해만 집니다
초대받은 사랑과
초대받지 못한 슬픔
머리까지 푹 잠겼습니다
애원하는 철조망이 죽은 자의 눈에는 보이질 않아
온몸 갈기갈기 찢어져도
발악발악
망종길 떠나갑니다
밤새워
날개 돋길 기다려도
추억에 호소하는 병든 외로움
절벽이 편안한 산불 같은 그리움
모두 제 것입니다,
아파하지 마세요.

멍울 쓰다듬고
아픔 뼈에 새겨
깨어 있는 몸뚱이 낙심으로 어리어도
얼르고 달래서
씨앗 닻을 내려
비통 삭길 기다려 보겠습니다,
어둠
숨기지 못했지만

엄마, 제발 아파하지 마세요,

이 세상 많은 사람들 중
당신께 태어난 것을 감사드립니다,
당신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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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있어 가장 힘들었던 날은,
그를 땅 속에 묻고,
그리고 며칠이 지난 후,
처음으로 밥을 먹어야 했을 때였습니다.
엄마는 며칠을 울고 계셨죠.
울면서 차려 오신 밥을, 마다할 수는 없었습니다.
나는 그의 아내이기도 했지만,
아이의 엄마였고,
나보다 나를 더 아파하시는 엄마의 사랑하는 딸이기도 했으니까,
그러니까 살아야 했습니다.
엄마는 차라리 내가 죽고 그가 살았다면 좋았을거라고 했습니다.
내 슬픔을 보느니, 내 죽음을 보는 편이 나을거라고 생각하셨나봅니다.

나를 그토록 아끼는 엄마의 생신이 며칠 전이었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전화 한 통 제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 3일 후가 그의 생일이기도 했으니까,
그러니까 엄마의 생신을 기억한다는 건,
다른 슬픔을 잊지 않는다는 뜻이니까,
모르는 척 엄마와 통화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언젠가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엄마, 나 이제는 괜찮아요, 난 행복해요...라고,

엄마가 오래동안 건강하게, 그리고 지금처럼 내 곁에 계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