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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 후에 - 절망을 위하여


BY 물빛 2001-02-26

*** 절망을 위하여 ***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다는 건,

살 용기가 없어서 죽는 것도
죽을 용기가 있어서 죽는 것도 아닌
그저
삶의 의미가 없다는 것이리라

짝사랑도 좋고
외사랑도 좋고
또한
더불어 하는 사랑은 더욱 좋다

그리움을 간직하며 살 수 있다는 것,
보고픈 간절함이 있다는 것,
그것은
얼마나 가치 있는 삶의 의미인가?

내가 아닌
또 하나의 다른 나를 사랑함과 같이, 그 이상
거리낌없이
전부를 주고픈 사람….

오늘이 아님 내일
내일이 아님 며칠 후
아님 몇 년 후
아님 몇 십 년 후라도
언젠가 한 번쯤 만날 수 있다는
기대와 희망이 남아
떠난 이의 뒷모습을
향기롭게 장식할 수 있다는 건,

얼마나 축복 받은 이별의 선물인가

보고 싶고 볼 수 있는 위로가 힘겨워도,
우연히 길을 가다 멈춰진 시선 속에 한 순간 담아 볼 수 있다는
아쉬운 확률 있기에
이별보다 짙은 의미로 자리 잡아
결코 생을 마감할 수 없는
찬란한 삶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진데….

간절히 바라던 그리움을 만났지만
마주한 눈동자 속에서
아스라이 비껴 버린 서글픈 이질감과 부딪힌다 할지라도
우리는
외로워하지 않으며
다른 빛깔의 행복을 전할 수도 있을 것을,

사랑이 영원한가?
코끝 쳐들어도 뿜어 나는
들국화 아득한 향기처럼
언제나
언제까지나 잊을 수 없도록
그렇게 곁에 머물지만
때때로 깨어나는 망각을 꿈꾸며
작은 순간 미소 지으며
살아야 할밖에.

떠나간 이의 뒷모습에 기대어
뺨 위로 눈물이 흐르지만
절망의 침묵 속에서도
폭풍 같은 상실감을 밀어 두고
삼켜야 하리, 수런거리는 작별

목놓은 사랑이 헤집어 파고들어
한숨 가득 썩어 버린 어느 날
서로 다른 세상에서
마지막 사랑을 묻어 두리라,
내 평생 그리울 그대,
일방적인 이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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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 보지 못한 길이 있습니다.
살아서, 서로 살아서 이별한다면, 물론 그 또한 슬픔이겠지만, 그래도 같은 위치에서 이별한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보곤 합니다.
홀로 눈을 감은 그를 잊는다는 건,
그것은 마치 어린아이를 버리는 비정한 엄마의 심정이 될 것 같아서,
기억 속에서 작은 순간순간 떠나기 시작한 그를 냉정하게 지울 수가 없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