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과 같이한 설악夜行
해가 넘어가 버린 어둠의 산은
침묵의 공포이지만
님과 같이면
그 어느 곳도 두렵지 않으리라
맹수의 입속으로 걸어간다 할지라도...
산은
하루의 부산함을 털며
어둠의 고요속으로 들어가고
님과 나는
우리만의 산행을 했다
비온뒤 젖은 바위들은 내 다리를
춤추게 했지만
나 님이 있어 두려움을 접을 수 있었다
어둠속에 떨어지는 폭포 소리와
어둠속에서도 빛나는 물줄기를 보며
자연속에 잠겨 감동으로 오는 사랑에 취하고
아무도 없는 둘만의 산 그속에 잠기어
영원히 산속을 벗어나지 못한다 하여도
두렵지 않으리라는
마음의 소리가
가슴 깊숙히로 떨어지고 있었다
올라가며 눈(目)속에 담았던
형형색색의 나뭇잎들은 모두 사라지고
내게는 오로지
꼭잡은 님의 따스한 손길과
님의 든든함에 의지한 채
보이지 않는 앞을 향해 나아갔다
어둠속에 잠긴 산은,
엄숙함과 어둠의 신비
그 자체이었고,
사람들에게 가야할 때를 일러주며
자연의 순리에 대한 가르침을 주는
침묵의 표정을 하고 있었다
어두운 산속에서
어디가 끝인지도 알 수 없고
깊은 어둠의 손바닥안을
벗어날것인지도 알 수 없는 그 상황속에서
비로소
님은 내게
산보다 더 큰 존재로
온 가슴을 차지하고 있슴을 알았다
길게만 놓여있던 어둠을 헤치고
내려온 그곳엔
사람들 발자국에 오래도록 밟펴온
낯익은 길자욱들이
희끄므레 빛나고
먼 곳 사람냄새 피어오르는 동네에선
개짖는 소리가 까만 하늘로 울려 퍼졌다
비로소
나는 님과 함께라면
그 어느 곳에도 갈 수 있고
님이 원한다면 나 기꺼히 죽음으로 향한 길일지라도
어둠이 아닌 평화속임을...
님이 오라하면 그 곳이 칠흙같은 어둠 속일지라도
두려움이 아닌 님의 가슴속임을...
깊은 잠에 든 설악을 내려오면서 깨달았다
...늦가을 어둠속에 잠기고 비에 젖은
설악산을 내려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