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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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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하나에 만난 친구


BY 봄비내린아침 2000-10-30

너를 만나면
스물하나였을때의 나를
만날 수 있다

동글동글
말갛던 눈빛엔
한떼의 솜털구름이 덮히고
아이손을 잡고 소리치는
목소리 언저리엔
또 한 무더기의 거친숨결이
묻어나지만,

그래도 아직
나를 스물하나처럼 느끼게 하는 너

인제
인생의 모롱이 하나 돌고 돌아와
건너다본 너의 얼굴

몰랐다
네가 그토록 어여뻣음을
네가 그토록 사려깊었던것을

내 아픔
한번도 끄집어내지 못하고
오랜세월 철창을
만들며 살다가
어제 문득
딸가닥거리며 자물쇠를 벗겼다

거기에
그 철창앞에서
십수년을 처음 그 모습으로
변치않고 들여다보고 있는
너를 만났지
왜 인제서야
문을 여느냐고 원망하듯
슬픈눈빛으로 나를 보던 너

우루루 쏟아놓는
내 푸념이 네것인듯
다알고 있었던듯
홀짝홀짝 레몬소주를 마시다가
벌겋게 열이오른 얼굴로
나를 꾸짖다가, 다독이다가
끄덕끄덕
함께 공감해주던 너

나는 왜
쓸데없는 고집과 내세움으로
턱없는 명분과 절제로
너의 자리를
만들어주지 못하고 살았을까

말없이
늦은밤을 건너서면서도
내뒤를 지키고 섰다가
연꽃호출택시에
나를 실어보내며
살포시 손흔드는 나의 친구야

지금 조용히
새벽비가 창에 구른다

고맙다
미안하다
아주많이 사랑한다
친 구 야

2000.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