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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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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룡포에서


BY 에스텔 2000-09-26

여름에
회룡포에 갔었다.
장마로 지친 산길을 돌고 돌아
산정에서 내려다 보이는 그곳은 한 폭의 감동이었다.

인고의 세월을
굽이쳐 돌고 또 부딪쳐 돌아 감싸안은
어머니의 숨결같은 나지막한 고요.
그리고 시인은 말이 없다.
회룡포가 말해줄 뿐.

회룡포에서는
모두가 겸손해진다.
가진 것을 버릴 수도 있다.
버린 것을 지울 수도 있다.
지운 것을 잊을 수도 있다.

물결을 스치고
날려오는 한 줌의 바람마저도
여기에 잠들라 한다.
떠나는 시인이 못내 안타까워
고개를 돌린다.

회룡포여,
기다림의 끝은 또다시 기다림의 시작이니
영원히 가난한 시인을 기다려 주오.
이제 더 이상은 울지 않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