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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온 뒤


BY 어진방울 2000-09-22



-- 가을비 온 뒤 --




땟물빼고 물 먹음기 마치 좋은 비에
물오른 나무는 발레리나 닮았고

바위계곡 흐르는 맑은 물빛은
아리아를 부르는 연인의 마음 빛

홀짝거리는 다람쥐 꼬리를 ?고
앙증스런 들꽃은 얄밉도록 의연하다

모진서리 받아 안고 온몸으로 태우는 빛
저마다 사그림이 휘황스레 퍼져간다

앵두맛인 석류가 답지 않아 역겹고
쪄 말린 올볕쌀이 푸석거려 밍밍해도

쩍 벌리며 내미는 석류빛은 보석빛깔
추수기에 들판은 풍요로운 그득함

더덕도 송이도 제 향을 퍼치고
산새들 지저귐이 파들이며 퍼진다

운무에 가리워져 산자락이 덮혀도
땅거미가 내려 앉아 어둠에 감겨도

여전히 그렇게 한결같기에
정겨히 배어드는 향기론 내음

하늘도 씻겨져 닦아서는 별
멀리서도 언제나 느끼고픈 향그롬



-- 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