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을비 온 뒤 --
땟물빼고 물 먹음기 마치 좋은 비에
물오른 나무는 발레리나 닮았고
바위계곡 흐르는 맑은 물빛은
아리아를 부르는 연인의 마음 빛
홀짝거리는 다람쥐 꼬리를 ?고
앙증스런 들꽃은 얄밉도록 의연하다
모진서리 받아 안고 온몸으로 태우는 빛
저마다 사그림이 휘황스레 퍼져간다
앵두맛인 석류가 답지 않아 역겹고
쪄 말린 올볕쌀이 푸석거려 밍밍해도
쩍 벌리며 내미는 석류빛은 보석빛깔
추수기에 들판은 풍요로운 그득함
더덕도 송이도 제 향을 퍼치고
산새들 지저귐이 파들이며 퍼진다
운무에 가리워져 산자락이 덮혀도
땅거미가 내려 앉아 어둠에 감겨도
여전히 그렇게 한결같기에
정겨히 배어드는 향기론 내음
하늘도 씻겨져 닦아서는 별
멀리서도 언제나 느끼고픈 향그롬
-- 아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