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미성년자 자녀에게 식당에서 술을 권하는 부모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06

한강에서


BY 로베르따 2000-09-19

한강에서



강이라 불러달라지만 넌 이미 강은 아니야.

빛나던 오후 잠수교 위를 걷던 날에도

시멘트 쳐바르고 누워 일어나보려 애쓰던 네가

종신형 받은 죄수처럼 불쌍해 보였을 뿐이야.

밤이면 크리스마스 트리처럼 화려한 모습으로

기억해달라지만 누런 바다로 흘러드는

물결 한 자락도 붙잡아둘 수는 없었어.

넌 어느새 서울 주변으로 쓸쓸히 사라져가고

짠내 나는 월미도 바다에 닿는다 해도

쇠주 반 병의 얼큰함을 위한 손때 묻은 배경이 될 뿐

경복궁 덕수궁이 더 이상 궁일 수만은 없듯

너도 이제 더 이상 강만은 아닌거지.

생각해보면 아마도 어느 겨울 밤에 일으키던

그 미친 바람이 너의 마지막이었던 것 같아.

그 이후 누워버린 너는 일어서지 못하고

유람선 밑창이나 핥는 서울의 모범수가 되었지.

그러나 오늘,

애써 감았던 눈 부릅뜨고

일어나, 강으로

밤마다 눈물로 달려가 네게 속삭이던 우리들의 꿈을

하나도 남김없이 품고 일어서는 날에야

강으로 돌아와 강으로 살아나리라는 우리의 믿음 그대로

바꿀 수 없는 너만의 흐름이 있다고

끝끝내 일어나 소리쳐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