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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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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행


BY 샤인 2000-09-18

솔향에 취한다.
한껏 들이마시는 공기속에
솔가지에서 묻어오는 그 향기

왜 이리 눈부시도록 하늘은 파란가
내내 휩쓸고간 비바람의 흔적이려니...

거대한 나무둥치 몇그루도
뿌리를 드러낸 채 가로놓이고
태풍의 자리는 거기도 그렇게 흔적을 남겼다.

메말랐던 골짜기
쪼로록 콸콸거리며 흘러가는 물소리
작은폭포다!!! 소리도 질러보고...

가을의 전령사 풀벌레들
곳곳에서 합창으로 어우러지고
꿩 한쌍도 한가로이 먹이를 찾아 긴꼬리를 흔들며
뒤뚱거린다.

가로 누운 커다란 나무둥치에 시소타듯 앉아서
우리의 한숨 고르기 시간
청솔모 한마리 쪼로롱 달려내려오는데
네가 우리를 언제 봤다고 그렇게 겁없이 가까이 오느냐~

솔향이 얼마나 싱그러운지
바위에 털푸덕 앉아서 가을볕을 쬐이며
그 청정함에 나를 일으켜 세워본다.

어느날부터 나는 둘이다.
하나의 내가 아니다.
하나로 일으켜 세워야 하려니...

가슴속 한가득 들어온 산
저기 저 산은 그대로인걸...
나날이 새로운 옷색깔로 변하는 듯 하지만
그래도 산은 산이로되
그 자리에 변함없이 우뚝 서서
시야를 가득 채운다.
그 산에 눈 고정하고 깊게 패인 감정의 골을
조심스레 가득 채워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