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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을 갈리라


BY 꽃창포 2000-09-18

바알간 빈손에 쥐어진 석자 이름,
언제부터인가
해묵은 칼집속의 녹쓴칼이 되어가고
단 한번의 격전도 치루어내지 못한
비겁한 내 세도막 녹쓴칼은
역시
녹쓸수 밖에 없었던 사고와 함께
텅-빈 체념속으로 추락되어졌다.
한뼘 밤이 토해내는
낡고 구겨진 회고록에는
부실한 삶에 대한
짙은 먹빛 유죄 판결문만이 살기차게 누워있고
원고없는 재판의 부당성은
이미 호소력잃은 방관자의 얼굴로
내 연약한 항의를 묵인할뿐.
철없던 시절, 그 추한 고백은
정녕
퇴색의 기미마저 보이지 않고
덜 아문 상흔을 쓸어내리는
여윈 손길조차도 여전한데
어찌 녹쓴 칼집에선 내 이름 석자 무참히 부식되어지는
붉디 붉은 녹물만이 흐르는가?
칼을 갈리라 서슬이 푸를때까지.
내이름 석자,
검은 세태의 강을 흘러가는
한올 검은 먼지의 입자이기는 정녕 싫은 까닭.
어쩌면
아직은 버리기 이른
내 최후의 의지인지도 모를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