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라
그렇게 깨끗한 물소리로
지나온 여름의 지치고 부은 얼굴을 숙이고
우리들의 뜨거운 새벽꿈은
아직도 막막하게 흐려있는데
너는 무엇을 위하여
어느 풀섶가에서 신비하고 쓸쓸하게
가을을 불러내고 있는 것이냐.
너는 모르지.
어두운 도시의 하늘 아래,
매일 조금씩 작아지는 사람들이
망설이며 뒤돌아보며 흔들리며
떼지어 한방향으로 머리를 숙이고
구름같이 거리를 흘러갈 때,
가을은 소리없이 그들의 등뒤에서
쉼없는 세월의 총구를 겨누고 있음을
병의 잠복기에서 부르는 너의 노래여
노래는 너의 슬픔만큼 아름다웁고
너의 고통만큼 깊어진다
그러나 울지마라.
오늘밤 갑자기 가을이 오면
나는 곧 창문에 전염병의 신호를 내걸고
전신으로 절망조차 튼튼하게 껴안으며
차라리 눈부신 고통의 꽃나무로 서리니
귀뜨라미야
너의 서늘한 목청 아래 잠긴 세상이
새벽강물처럼 새롭게 반짝이기 시작하는데.
아지트..시의나라..꿈꾸는 섬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