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욕을 하며
목욕을 하며 생각한다
탕속으로 들어 가는
습관화된 발을 보며
어둠의 그림자 속에서만
피어나는 일상의 아픔들을...
보잘 것 없이 자라 왔던
몸 구석 구석이
거울울 통해 들어올 때
살아 있음이 이처럼 확연한 것이었으면 하고...
씻어도 씻어도
깨끗해지지 않는
깊은 여울물 속에 가라 앉은
썩은 잎사귀같은
검고 푸른
어둠의 때를 벗길 수 있었으면 하고...
목욕탕 안에서만
인간의 참 모습이 보여질 수 있는
이 작은 세계속에
떠도는 때처럼
온 몸에 달라붙은 역마살처럼
잠시도 떨어지지 못하는
사람들. 사람과 사랑
그 사이. 끈끈함
품어 내는 비누 거품 속에서도
내리 꽂히는 물줄기 아래서도
끈끈함으로 들러 붙은
사람들 지나간 자욱
검고 푸르게 썩고 마는 잎새들
마음 속 깊이 가라 앉아
씻겨지지도 앉고
삭지도 않으니
아무래도 평생은 닦아야할 것 같다
목욕을 마치고
나서면 만나는
바람을 웃음처럼
?어 내리기 위해선...
'83.9 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