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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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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 한


BY 단목 2000-04-12


회 한


부담스러운 마음이 못내 어려워
눈을 감고 그리운 사람을 생각하면
슬픔의 귀가 열린다.

당신의 말, 당신의 웃음은 들리지 아니하고
슬픈 그대의 모습이 귓전에 울려
가장 행복했던 시간들은
가장 슬픈 시간을 위해
준비되는 것인가 보다.

아름다운 당신,
살아온 나날의 어느 광경들이 그대 눈에 밟혀
내게로 오는 길을 망설이는가,

지나간 아름다운 시간들은
액화(液化)의 시간을 거쳐
서러운 그대 눈에 회한으로 맺히는
눈물같은 것,

당신은 살아 온 나날의 순간들 중에서
무엇이 가장 그리우며

돌아 보고 싶지 않은 그 무엇이 두려워
당신과 나는 시간의 장막에 싸여
침묵하고 있는 것인가,

착한 당신은
내 슬픈 회한의 상처만큼
내 사랑의 상처를 메우는 차가운 영혼
나는 들리지 않는 영혼의 귀로(歸路)에서
내 삶을 온통 저며 그대를 위해 짓는 영혼의 집.

아름다운 당신,
내게서 슬픔으로 열리는 귀는
오랜 기억의 저편에서 사람의 말이 아닌 신의 계시,
내 남은 삶의 전부를 지배할 운명의 소리를 듣는다.

다시는 윤회의 길목에서 그대를 잃지 말라는
전생(前生)에 피울음으로 되뇌었던
나의 목소리.
피 맺힌 그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