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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공부 할수 있게 힘을 준 한장의 졸업사진


BY 비단모래 2012-02-19


다시 공부 할수 있게 힘을 준 한장의 졸업사진

 

초등학교 동창 모임 카페에

누군가 올려놓았는지 졸업 단체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아~40년전의 내 모습...

거기에 흐릿한 기억처럼 박혀 있었다

눈물이 날 것 같은 반가움

이젠 이름조차도 기억나지 않는 친구들

모두들 나만큼 나이를 먹고 지난 이시절의 기억들을

찾느라 애쓰고 있겠지.

75명..지금은 상상도 할수없는 콩나물 교실에서 웃고 떠들며

공부하던 친구들..다..어느 세월을 걷고 있는지.


6학년 3반

박성호 선생님

아침조회 시간이면 애국가를 멋지게 지휘하시던 선생님

산수시험 입체도형부문에서 40점을 맞은 날

선생님께 엉덩이를 맞았다.

유난히 산수에 약한 나를 안타까워 하시면서 다른건 잘하면서 산수만 못하면

평균을 깎아 등수가 내려간다고 화를 내신 선생님

매를 맞고 병이나서 학교를 가지 못하자 친구에게 쪽지펀지를 써서 보내주신 선생님

지금 이렇게 세상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걸 아신다면

산수 못하던 나를 기억하시며 웃으실텐데.

초등학교때 나는 참 조용한 소녀였다.

학교에 있는지 없는지 표시나지 않는 계집애였다.

큰 오빠가 대전중학교에 합격하는 바람에

3학년 초 시골에서 대전으로 전학을 와서 인지

도시아이들의 발랄함에 주눅이 들었고 자신이 없었다.

수업시간에 아는것이 있어도 자신있게 손을 들고 발표 하지못했다.

늘 가슴이 팔랑이고

숨이 가빴다.

그런 나를 선생님은 조용히 살펴주셨다.

일부러 교무실 심부름도 시키셨고 점심도 같이 먹자고 하셨고

음악시간에는

노래를 시키셨다.

모기소리처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오빠생각을 부르면

선생님은 좀더 크게 좀더 크게 하시면서 북돋워 주셨다.

졸업을 앞두고 가정형편으로 중학교 진학을 포기하려 했을때

선생님은 얼마나 나를 설득을 하셨는지

중학교 입학금을 주시겠다고 공부를 포기하면 않된다고 눈물나게

말씀하셨는데 그때는 그 설득이 왜 그렇게 부끄럽고 아프기만 했는지.

참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선생님은 살아계시는 건지

지금까지 선생님의 안부를 묻지 못한 내가 참 못났다.

이렇게 살고 있는걸 아신다면

혹시 그때의 나를 기억하신다면 참으로 기뻐 하실텐데.

그시절...지금 이모습으로 살아가리라고 상상도 못했던 시절

그냥 강아지풀과 별과 바람과 봉숭아 꽃이 친구였던 시절.

오늘 흑백사진으로 남아있는 나의 초등학교 졸업사진

보니 눈물이 핑 돈다.

그때의 순수에서

이렇게 혼탁해진 가슴을 가지고 살아가는 나

되돌아 갈 수 없는 세월

그 친구들 다 어디에 있는지

꾸준히 동창 모임을 하는 모양인데 나는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

참 다행인것은 초등학교 동창이면서 고등학교 까지 함께 다닌

단짝 친구를 지금까지 만나고 있다는 것....

모든 것이 낯설던 도시학교로의 전학으로 외롭고 상처받은

그 시절이 나를 시인으로 만든 모토가 아니었을까?

그립다.

열세살~내게 그시절이 있긴 있었던 것인지

아득하다.

이사진을 찾아 올려주어서 나를 이렇게 가슴 뭉클하게 만들어준

이름을 알듯 모를듯한 동창에게 감사함을 전한다.

문제)이 사진속에서 저를 찾아보세요

찾는 분께는? 특별한 선물을 드릴께요*^^*

선물....추억속으로 함께 가실 수 있는 ...시간을 드릴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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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수십년 후 그때 선생님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2005년도에

 대학을 졸업하고..대학원을 진학해 석사 학위를 받았다...

중 .고등학교 졸업사진은 없지만..나에게 공부의 끈을 놓지 않게 만들었던

이 한장의 흑백사진...

나에게는 정말로 소중한 사진이다.

이 사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으니...말이다


다시 공부 할수 있게 힘을 준 한장의 졸업사진

2009년에 받은 석사 학위 수여식..아들 며느리가 함께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