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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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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의 여인


BY 조 양희 2014-12-03

그녀 나이는 어느덧 올해로 59세가 되나보다.

 

그녀는 자그마한 키에 척 한눈에 보기에도 당차고 야무져보였다.

 

십년전 그때로 스물둘.스무살의 두아들과 함께였다.

 

그 아이들이 초등학교 5학년 3학년일때 그것도 남편이 나타나지 않아 아주버님이

 

대리인으로 법정에 서 주어 이혼을 했다한다.

 

그녀가 처녀일때 성당에 다니면서 남편을 만났고, 3년의 열애 끝에 결혼을 했단다.

 

그는 평범한 집안에 2남2녀의 차남으로 결혼당시 그는 중소기업에서 근무중이였고

 

말그대로 평범한 남자였단다.

 

부유한 생활은 아니였지만 한푼두푼 모아가며 전셋방에서 신혼 살림을 차렸다고 한다.

 

남들이 사는것처럼 저녁이면 된장찌개 보글보글 끓여놓고 아기자기하게 신혼을 보냈단다.

 

그녀는 타고난 검소함으로 알뜰살뜰 내조를 했고....

 

서울이 집인 그녀는 그의 후배가 어느날 찾아와서 동대문 시장에 커튼 가게를 한번 열어보는게

 

어떠냐며 제의를 했고 그녀도 부족한 남편의 월급갖고는 앞으로 두아들 키우는데 어려움이

 

많겠다는 판단하에 평소 손재주가 있던 그녀가 직장생활만 해오던 그를 설득시켜 장삿꾼이

 

되었단다. 첨엔 새로이 접하는 일이라 어려움도 많았지만 그녀의 타고난 성실함의 근성으로

 

일년정도 지나니 자리가 서서히 잡혀가더란다.

 

그런데.어느정도 가게도 자리가 잡혀가고 생활에 여유가 좀 생기니 그가 취미생활에 몰두를

 

하여 가게를 소홀이 하고 일보다는 취미생활이 우선순위가 되었단다.

 

중요한건 그 취미생활이란게 수석수집이였단다.

 

그 수석 수집을 하기위해 전국방방 곳곳을 돌아다니며 돌아올땐 어김없이 손에는 돌덩이(?)를

 

들고 들어오더란다. 간혹 신기하게 보이는 돌모양도 있기는 했지만....

 

두칸짜리 전셋방 좁은 거실에 하나둘씩 돌들이 쌓이기 시작했고 그의 수석 사랑은 아내보다

 

아들들보다도 우선이였단다.

 

애들이 놀다가 돌이라도 떨어뜨리면 애들에게 매를 들었고 직접 채취도 모자라서 어느날부터는

 

몇십만원부터 시작을 하더니 몇백,몇천만원의 단위들의 돌들을 사재기 시작했고 그는 아예 수석에

 

미쳐가고 있는듯....장사는 아예 뒷전이고 탐나는 돌이 있을때는 지인들에게 빌리는것도 모자라

 

대출까지 받아가며 사재기를 하고 어쩌다 집에 있는날이면 돌들 물주고 관찰하고 잠자는게

 

그의 생활에 전부이며 가정이라는것은 안중에 없고 그녀를 돌(?)보듯하며 집에 있는날보다 지방으로

 

돌을 찾아 다니는 날이 더 많았단다.

 

어느해에 그는 어김없이 지방을 가고 없었고 그해여름에 홍수가 나서 집안 가재도구며 돌은 말할것도

 

없이 자다가 물벼락을 맞아 겨우 아이들과 그녀는 몸만 빠져 나오는 상황이였는데...

 

남편이 뉴스를 보고 부랴부랴 돌아와서는 돌만 애지중지 챙기는 모습을 보고서는 더이상은 아니다란

 

생각을 했단다.

 

흙탕물에 범벅이 된 돌들을 껴안으며 대성통곡을 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그녀의 말이....

 

"어떤X이란 차라리 바람이 나는게 낫지!" 라는 표현을 했다.

 

그의 그런 모습들에 시댁 식구들 까지도 인정을 해 주었다.

 

이혼을 할때도 지방에 돌보러 가야된다며 그 시간에 나타나지 않아 시아주버님이 대신 대리인 자격으로

 

이혼을 하게되었다면 두말할 필요가 없었던듯 보였다.

 

그렇게 그녀는 두아들의 엄마로서 홀로 서기를 시작했고 커튼매장을 넓혀보자는 지인의 꼬임에

 

흔들려 보증금도 다 날리고 보증까지 서주어 빚만 잔뜩 안게 되었단다.

 

그날부터 화장품 방문판매,식당써빙,옷가게점원등 않해본것 없이 열심히 살았단다.

 

우연히 도우미란 직업을 알게되었고 나이는 많고 마음은 바쁘고 서울인근에선 아이들 때문에

 

조심스럽고 해서 우울할때 한번 애들이랑 와보았던 부산이란 먼곳으로 오게 되었단다.

 

내 곁에 십년 가까이 있으면서 정말로 똑순이로 그렇게 악착같은 사람은 손가락안에 꼽힌다.

 

두세달에 한번씩 아들들 밑반찬을 해주러 서울에 다녀오는 이삼일 빼고는 쉬는날이 없었다.

 

극성스러울만큼....

 

어느날은 내가 물어 보았다.

 

"언니는 아픈날도 없어요? 진짜로 강체질이시네.."

 

"나는 아픈것도 사치야! 아프기전에 미리미리 체력을 단련해야지~"

 

그때 알게되었다. 그녀는 그렇게 술을 마시고 새벽에 퇴근을 하고서도 윗몸일으키기는 기본으로 하고

 

아침엔 억지로라도 츄리닝을 입고 동네 한바퀴를 돌며 비라도 오는 날엔 계단을 5층까지 뛰어오르고

 

내려오기를 서너번씩을 반복하며 방안에선 훌라후프를 돌리는등 그렇게 자신을 채찍질 해가며

 

지낸다는것을...한숟가락을 먹더라도 식사시간도 규칙적으로 하면서...

 

그래서그런지 그녀는 그 나이보다도 십년은 젊어보이며 탄력있는 몸매를 가졌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재미교포를 만나 재혼을 하게되어 미국에서 살고 있다.

 

아주 좋은분을 만나서 여유롭게 한가롭게 노년을 맞이하고 있단다.

 

의정부시에 주공아파트도 있고,작년에 큰아들 장가보낸다고  입국했길래 잠시 얼굴을 봤다.

 

역시...부티가 나 보였다. 환경이 사람을 그리 변하게 만들었다.

 

너무나 온화한 얼굴이였다.자상한 엄마의 그모습...

 

주공아파트는 작은아들 몫으로 남기고 목돈 조금 저축은 노후를 위해서....

 

아마도 남편이랑 5년안으로 한국으로 돌아와서 전원생활을 꿈꾸며 준비하고 있다는 요즘 그녀의

 

근황.그렇게 열심히 살다보니 아이들도 반듯하게 자라주며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주고

 

그녀역시도 늦게나마 좋은인연을 만나 말년복을 누리고 살아간다.

 

역시 성실.근면,정직으로 살다보면 꼭 이렇게 보답을 받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