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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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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왔다갔다


BY 하마씨 2012-02-10

성민과 현지는 한식집으로 자리를 옮겨 돼지 왕갈비를 먹고 있었다. 맞선자리의 메뉴로는 그리 적당한 것 같지 않았으나 성민이 현지의 의견을 따라 준 것 이었다. 성민이 생각 해오던 현지와 실제 그녀는 정말 많이 달랐다. 성민이 생각하던 현지는 여성스럽고 조용한 이미지였다. 그러나 실제 만나본 결과 그녀는 매우 털털한 성격 이었다. 평소 여성스러운 사람을 이상형으로 생각하던 성민에게는 현지와의 만남이 약간의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반면 현지는 점점 성민이 마음에 들기 시작하였다. 처음엔 별 기대 없이 나온 맞선이라 말도 행동도 아무 거리낌 없이 던졌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외모는 둘째 치고 차분한 말투와 몸에 배인 매너까지 무엇 하나 현지의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없을 정도였다. 괜히 고기 먹자고 한거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어떻게든 이 만남이 오래 이어지도록 하겠다고 다짐을 하며 그가 구워주는 고기를 먹고 있었다. 어느덧 해가 지고 날이 어둑해졌다. 성민과 현지는 식사를 마친 뒤 다시 근처의 커피숍으로 들어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말이 아주 잘 통했다. 평소 신념이라든지 관심사, 취향까지도 비슷해서 더욱 그렇다고 느껴지는 현지였다. 이건 순전히 성민의 배려 덕분이었다. 성민은 그녀와 만나기 전 그녀의 친척인 교수에게서 그녀에 관한 많은 정보를 듣고 왔기 때문에 그녀에게 대화를 맞출 수 있었던 것 이었다. 그것도 모르는 현지는 연신 말이 잘 통한다며 기뻐하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짝을 찾은 것 같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게 성민과의 즐거운 만남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현지는 계속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락처까지 교환 했으니 곧 그에게서 연락이 오겠지 하는 기대감에 그러고 있는 것 이었다. 하지만 밤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도 성민에게서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와 대화를 나눠본 결과 그가 자신을 마음에 들지 않아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 현지는 그녀가 먼저 성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현지의 전화에 약간은 당황한 성민의 목소리를 알아채지 못하고 만나자고 일방적으로 약속까지 잡아 버렸다. 그녀와 만나서 실망감만 잔뜩 느꼈던 성민은 그녀에게 더 실망할까봐 만나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의 일방적인 약속에 못 이겨 다시 현지와의 약속 장소에 나갔다. 현지는 그날 아침부터 이방 저 방 뛰어다니며 분주했다. 이 옷 입고 부모님한테 달려가 괜찮냐고 물어보고, 또 저 옷 입고 달려가 괜찮냐고 물어보고,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머리도 만지고 화장도 고치기를 한참동안이나 반복하던 그녀였다. 결국 신경 안 쓴듯 신경 팍팍 쓴 차림을 하고 집을 나선 현지였다. 한편 성민은 차분하기 그지없는 아침을 맞았었다. 느긋하게 모닝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었고, 즐겨 입는 면바지와 체크남방을 아무렇게나 걸쳐 입고 머리도 대충 쓸어 넘긴 성민이었다. 그렇게 처음과는 정 반대의 마음으로 두 사람이 만났다.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한 현지는 창에 비친 자기 모습을 한번 더 확인한 후 문 쪽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약속 시간에 정확히 맞추어 성민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전과는 약간 다른 모습이었다. 때 빼고 광낸 흔적이 여실했던 그날과는 다르게 눈 앞의 성민은 내추럴한 그 자체였다. 말이 좋아 내추럴이지 집 앞에 있는 구멍가게에 담배사러 가는 것보다 살짝 더 신경을 쓴 듯한 그런 모습이었다. 그리고 전과 달리 표정이 좋지 않았다. 현지는 그가 정말 마음에 없어서 전화를 안한 것 임을 그제야 깨달았다. 그래도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