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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왔다갔다


BY 하마씨 2012-02-10

현지의 어릴적 꿈은 피아니스트였다. 피아노 배우던 어린 아이라면 한번쯤 꿔 봄직한 허황된 그런 꿈 이었다. 그 다음 꿈은 의사였다. 이 꿈은 중학교 2학년이 되면서 자연스레 잊혀져 갔다. 그녀의 머리는 의사가 될 머리가 아니었던 것 이다. 그 후론 줄곧 공무원이 꿈이었다. 공무원은 시험만 붙으면 된 다고 대학도 가지 않았다. 그렇게 고등학교를 졸업 하면서 집에다가 큰 소리를 쳐 놨기 때문에 매년 꾸역꾸역 공무원 시험을 보고는 있지만 공무원이 될 수나 있을지 그녀도 의문이었다. 급기야 얼마 전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그녀였다.

그렇게 현지 자신과 그녀의 가족까지 포기해 갈 때 쯤 먼 친척에게서 중매 자리가 들어왔다. 현지의 나이는 26살로 아직 결혼은 이르다고 생각한 부모님이 정중하게 거절했었다. 하지만 상대가 워낙 괜찮다고 한번만이라도 만나보게 해보라는 친척어른의 청을 계속 거절할 수는 없었기에 결국 약속을 잡게 되었다. 현지는 요즘 시대에 촌스럽게 무슨 맞선이냐고 거절하고 싶었지만 딱히 만나는 사람도 없었고, 그동안 매번 시험에 떨어져도 눈치한번 주지 않았던 부모님에게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결국 맞선에 나가기로 했던 것 이다.

약속 날 아침 현지보다 그녀의 엄마가 더 분주했다. 집 앞 편의점에 아이스크림 사러가는 것 같은 차림으로 나가려는 현지를 어떻게든 말려서 조금이라도 꾸며주려는 것 이었다. 사실 현지도 마냥 귀찮은 마음은 아니었다. 어차피 어른들이 시켜주는 맞선에 대한 기대 따위는 애초에 있지도 않았다. 그저 공부한답시고 도서관에 앉아있을 바에야 선을 핑계로 시내 바람이나 한번 쐬고 오자는 마음이었던 것 이다. 이렇게 현지의 엄마만 바쁜 아침을 보내고 있었다.

맞선을 보기로 한 성민의 집도 아침부터 분주했다. 현지와 달리 성민은 전날 모든 준비를 끝내 두었다. 옷도, 이야깃거리도, 들고 갈 가방과 머리스타일 까지 미리 결정해 두었던 것 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분주한 이유는 바로 성민의 마음 때문이었다. 그는 계속해서 화장실을 들락거리고, 거울을 보며 옷과 머리를 만져댔으며, 가족중 누구라도 눈에 띄면 자기 모습이 보기 어떤지 혹시 이상하지는 않은지 물어봤다. 약속시간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성민의 분주함은 더 심해져 갔다.

드디어 현지와 성민 두 사람이 만났다. 그들이 만난 곳은 시내의 한 커피숍이었다. 먼저 도착한 성민이 창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초조한 표정으로 문 쪽을 바라봤을 때, 마침 그 문으로 약간은 무심해 보이는 표정의 현지가 들어왔다. 현지는 자신의 맞선남인 성민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사진도 연락처도 없었지만 그냥 현지의 눈에는 성민이 딱 자신의 맞선남으로 보였다. 성민도 물론 현지를 한 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사실 이 맞선은 성민이 현지의 친척을 조르고 졸라서 성사된 맞선이었던 것 이다.

 

성민이 현지를 알게 된 것은 벌써 6년이나 지난 현지의 고등학교 졸업식 에서였다. 그 때 성민은 그 고등학교 근처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대학생 이었다. 졸업식이 끝나고 그녀의 가족들이 식사를 하러 그가 일하는 레스토랑에 들어오는 그 순간 성민이 현지에게 첫 눈에 반한 것 이었다. 하지만 부모님과 함께 식사를 하고 있는 현지를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었던 성민이었다. 그런데 며칠 후 그녀가 다시 레스토랑을 찾았다. 이번엔 또래들과 함께였기에 성민은 그녀에게 연락처를 물어볼 생각 이었다. 그러나 잠시 후 한 부부가 함께 온 식구인 듯 그들과 합석을 했고, 성민은 또 다시 아쉬운 기회를 날려버릴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의 소심함을 탓하며 하염없이 그들을 바라보고 또 바라보았다. 그 후 성민이 아르바이트를 그만두는 날 까지 더 이상 그녀는 오지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성민은 학업에 정진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성민의 학교에 그 남자가 교수로 왔다. 현지와 함께 밥을 먹던 그 부부, 그 남자가 확실했다. 성민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교수가 담당하는 과목을 열심히 공부 하며 교수와 친분을 쌓아나갔다. 그 교수에게 잘 보이기 위해 담당 과목은 물론 모든 과목을 열심히 공부해서 과 수석까지 하기에 이르렀다. 어느 정도 인정과 친분이 쌓여갈 때 쯤 그 교수 사무실에 놀러간 성민은 현지가 들어있는 사진을 발견했다. 결혼식 하객으로 찍혀있는 사진이었다. 현지의 얼굴이 너무 반가웠지만 애써 표정을 감추고 교수에게 물어보니 먼 친척이라고 했다. 일부러 호감 있는 듯 한 뉘앙스를 팍팍 풍기며 소개시켜 달라는 표정으로 교수를 보았으나 그러한 성민의 표정을 알아차리지 못했던 교수였다.

성민이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후 교수를 찾아갔다. 그리고 그녀와 만나게 해 달라고 부탁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겨우 용기를 내어 부탁했는데 교수는 쌍수 들고 환영하는 눈치였고, 그녀와의 만남은 일사천리로 진행 되었다. 맞선이라는 말이 약간 마음에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와 만날 수 있다는 것이 마냥 즐거운 성민이었다. 그렇게 성민의 눈앞에 현지가 앉아있게 된 것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