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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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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긋난 시나리오


BY 유빈 2011-03-18

어이가 없다.

섭섭함을 넘어서 화가 났다.

아침에 일어나 생수를 따르기위해 냉장고 앞을 지나다 바라본 식탁 위의 츄파춥스 두 알.

이게 뭐야?

설마.....?

자고있는 남편을 흔들어 깨워 따져 묻고 싶었지만 입가에 침자국까지 묻히고 정신없이 자는

남편을 바라보니 그럴 의지마저 사라져버렸다.

알람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자기 전에 맞춰놓고 스스로 일어나면 좋으련만

아이처럼 깨워주길 바라는 남편이 한심스럽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알람이 아무리 울려도 울리던가 말던가 신경도 안쓰면서 어쩌다가 늦기라도하면

일찍 안깨웠다고 짜증이나부리고.

일찍 일어나야하면 미리 말을 하던지....말도 안해놓고 아침 일찍 미팅이 있네 어쩌네 하면서

사춘기 소년마냥 툴툴거리다 나가기도 부지기수다.

하루를 전쟁터같은 일터에서 보낼 남편이기에 그래도 좋은 기분으로 내보내려고 입밖으로 튀어나오려는

맞대꾸를 꾹 눌러 참지만 내가 동네북인가싶어 처량해지곤 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천하태평으로 술냄새 풀풀 풍기며 자는 남편이 참 밉다.

아이를 깨우는 내 목소리가 평소보다 컸다.

나도 모르게 내 짜증스러움이 아이에게로 쏟아지고 있었다.

남편이 얄미워 식사준비를 1인분만 했다.

아이가 밥을 다 먹도록 일어날 생각조차 않는다.

오늘이 휴일도 아니고 요즘 프로젝트때문에 바쁘다면서 저리 무방비상태로 잠이 올까?

보통때보다 일부러 더 소리를 내서 아이를 깨우고 밥을 차리며 소란을 떨었는데 정말 못듣는건지

아니면 일부러 자는 척 하는 건지...

"아빠 오늘 회사 안가세요?"

아이가 물었다.

"아니...오늘은 좀 늦게 나가셔도 되나봐...그동안 바쁘셨잖니.

참, 오늘은 학교마치고 바로 학원으로 가.

집에 들렸다 가니까 간식 먹을 시간도 없고....

차라리 학교 앞에서 간단하게 뭐 좀 사먹고 바로 학원 가는 게 낫겠다. 그렇지?"

아이도 흔쾌히 좋다고 한다.

올 해 중학생이 되면서 부쩍 자란듯하다.

마냥 아이같기만 하더니 교복을 입고 집을 나서는 뒷모습이 의젓해보이기까지 하다.

중학교 생활에 적응하느라 힘들텐데 새로 등록하게 된 학원까지 다니느라 많이 힘들 것같아 애처롭다.

아이를 내보내고 어지러진 집안을 대충 정리하도록 남편은 일어날 기미가 없다.

오늘 회사 안가는 날인가?

깨워줘야하나....?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

내가 깨우지않고 쿵쾅거리면 알아서 일어날꺼라고...

일어나서 마누라가 화가 났구나....하고 알아채라고...

그리고 무엇때문에 내가 화가 났는지 깨달으라고...그런 시나리오 였었다.

그런데 이런 곰탱이같은 남편은 쿨쿨 잠만 자고 있다.

잠시 가라앉았던 화가 다시 솟구친다.

어디 오늘 한번 골탕 좀 먹어보라지.

하루종일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 곰곰히 생각해보라고.

설마 모르지야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