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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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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대기조


BY 조 양 희 2011-01-07

쓰린 속을 냉수 한잔으로 위로를 하고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일어나본다.

밖은 아직도 캄캄하다. 아침 찬 공기가 볼을 스친다.

그에게 밥한끼를 대접하고자 두달이 넘게 이짓을 하고 있다.

주말만 빼고선 매일을 아침시장봐서 생김치 버무려서 갖가지 밑반찬에 도시락을 준비해서

버스 지하철 택시.  왕복 여섯번을 번갈아 타가며 울산에서 부산으로.부산에서 또 울산으로..

누가 시킨게 아니다. 내가 좋아서 내스스로 그를 위해 해줄수 있는 작은 나의 행복이다.

밀양에서 돌아온 이후로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나는 울산에 둥지를 틀게 되었다.

많은 다툼과 의논끝에 조그마한 소주방도 오픈했다.

저녁 여섯시에 오픈하여 새벽 두시에 클로즈했다.

짧은 배움으로 작은 밑천으로 할수 있는 나의 최선책이였다.

낮에는 친구들과어울려 지냈지만 밤만 되면 그와 그의아내를 주인공으로해서 에로영화를 찍으며

나혼자 울부짖으며 뒹구는 세월이 싫었다.

가게에서 영업을 핑계로 사람들과어울리고 또 술도 마시면서 그렇게 시간을 떼웠다.

그렇게 술을 마시고 자고 일어나면 그래도 호주머니엔 돈이 쌓이기 시작했다.

한편 그는 매일을 남자들속에 술과함께 나를 내놓곤 곤한잠을 이루지 못하는듯했다.

매일 밤에 어김없이 내목소리만 듣고선 끊는 전화의 횟수가 점점 늘어났다.

내가 집에 들어오고 나서도 내 목소리를 확인하고선 잠이 드는듯...

그마저도 나는 사랑이라 생각하고 행복했다.

오히려 가정이란 내가 넘볼수 없는 곳으로 숨어버리고 난 뒤에도 내게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그의 행동에 나는 쾌감을 느끼기까지 했다.

그러던중 그의 아내가 신경과민으로 가사일을 돌보지 못한다는 소리를 듣게 되었고

내가 해 줄수있는 일이라고는 한끼 식사라도 내손으로 챙겨주고자 했던일이 너무나 맛있게

먹어주는 그의 모습에 힘든줄도 모르고 매일이 되어버렸다.

주위에 친구들은 열녀났다며 비아냥 거리기도 했지만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만큼 좋았다.

그는 냉철한 사람이였다.

내게 절대적으로 빠져서 허우적 거리지를 않았다.

그래서 내가 더욱 목말라해야만했다.

그의 숨겨진 여자로 산지도 어영부영 일년 가까운 세월이 되었지만 같이 밤을 지새운적은

두번이였다.밀양에서 한번 울산에서 처음 방을 얻고난뒤에 하루...

그렇게 일에관해서도...가정에관해서도 소홀함이 없었다.

적어도 내 기준에서는...가끔은 불륜관계의 주위 사람들얘기를 접해보면 이혼을 하네마네..

외박은 밥먹듯이하고..그런다던데...

욕심이 많은 사람이기도하다.일도.가정도.또 나도 다 가지고있으니..

일요일날 아침 일어나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다본다.

전날 알콜기도 뺄겸해서 사우나를 다녀와야 되는데 그에게서 전화가 없다.

그렇게 나는 5분대기조처럼 그에게 일일이 보고를 하고선 움직여야한다.

옥상에 빨래를 널러 갈때도 무선전화기를 들고 움직인다.

화장실갈때도.시장엘 갈때도.목욕을 갈때도 보고를 하고 움직이고 있다.

늦게 전화벨이 울린다.

"영희야! 오늘은 전화가 좀 늦었제? 늦잠을 잤어.이제 사우나가는 길이야."

"예.나도 사우나갈려고 전화기다렸어요."

"어제는 술 많이 안마셨나? "

"그렇지뭐~"

"적당히 마셔! 사우나갔다오고 오늘은 푹좀쉬어!"

"아뇨. 놀면 뭐해요? 그냥 가게 문열래요.그게 내맘이 편해요."

"거 참!.알아서해!"

"자기나 편~히 푹쉬세요.가정에서 푸~~욱"

"하하하 그래.알겠다.몇시쯤 올거야?"

"한 두시간쯤...."

"그래.그럼 나중에 통화하고 들어갈께."

"네."

매번 이런식이였다. 그에게 주말은 가정의 날이였다.

내게 있어 주말은 왠지 가슴이 답답하고 우울한 날이 되어버렸다.

하루에도 서로 5.6통의 전화 통화로 서로를 확인했고 일거수 일투족을 나는 그에게 보고했고

그걸 사랑이라 믿으며 나는 행복해했다.

어느날은 가게에서 전화를 받는데 말없는 그의 확인전화였다.

"네에~"

"..."

"후후 집이예요? 나 잘하고 있어요.이제 자요."

그 와중에...

"희야! 여기 파전 하나 더줘!"

"응.끊어요."

자주 오는 단골손님인데 나이가 비슷하여 친구로 지내기로 한 손님이 안주 추가를 외쳤다.

그래서 얼른 준비를 해서 주고 또 다른 손님들이 몰려와서 정신없이 분주해하고 있는데..

가게 문이 열렸고 그가 들어 서고 있었다.

나는 반갑기도 했고 예기치 않은 방문에 깜짝 놀랬다.

그는 빈자리 하나를 차고 앉더니 소주를 주문했다.

소주와 잔을 챙겨 그의 앞으로 가서 나즈막히 물었다.

" 무슨일이예요?"

"..."

"아까 집 아니였어요?"

"그냥 니가 보고싶어서 왔어. 왜? 내가 방해가 되나?"

"아니 아니 무슨소리.반가워서 그러지~"

"한잔줘.."

그는 전주가 있었나보다.눈이 반쯤 풀린듯하다.

그의 깜짝 방문에 나는 정신없이 손님들을 마무리하고 얼른 영업을 마쳤다.

문을 잠그도 나오는데..

"집에 가 ! 나도 갈란다."

"엥? 지금...부산 간다고..?"

" 응 가야지.."

"그럼 왜왔어? 이렇게 금방 갈려면..."

나는 볼멘 소리를 했다.

"아까.누구야? 누군데 니 이름을 함부로 그렇게 불러?"

" 응? 언제?"

나는 기억을 더듬었다.

"아!! 자주오는 손님인데 친구로 지내기로 했어."

"친구...알았어. 얼른 들어가! 가는거 보고 갈께."

"진짜 갈려구?? 자고 아침에 바로 출근하면 안돼요?"

"가야지..집에 있다가 갑자기 뛰쳐나와서 집에서도 걱정할거야."

그렇게 그는 부산에 가겠다며 택시를 탔고 나는 집으로 오는 택시를 탔다.

이 황당한 방문에도 나는 사랑과 관심이라 생각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오늘은 참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어본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걸려올 전화를 기다리며...

남들이 불륜이라 말하는 이 사랑이 나는 소중했고 5분대기조로 살아도 그게 애정어린 관심의

표현이라 생각하며 행복에 젖어 오늘 하루도 마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