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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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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2010-08-11

#1. 거리

현주 걸어가고 있고 상영 뒤쫒아와 잡아서 세운다.

상영 : 야.. 너 지금 뭐하는 거야? 너가 몰 잘했다고.

현주 : 잘한거 없는거 알아.. 그리고 나, 적금부터놓은거 엄마병원비로 모두 썼고, 의료일수 다 찬것 모르고 입원하고 수술했다가 의료보험에서 돈 토해 놓으라고 해서 월급 차압당했어. 나...앞으로도 돈 모으기 힘들고 계속 돈들어 갈 일만 남았어...

상영 : 그래서.. 누가 뭐 그거 가지고 뭐라고 했어?

현주 : (상영을 처다본다) 방금전에 한말 그거 아니야?

상영 : 왜 또 너 맘대로 소설쓰고 그러니? 그런거 아니야...

현주 : 그래 내가 생각이 짧아서 그렇다치자.. 나 이제 상영씨 힘겨워.. 그러니 이제 우리 그만 두자.

상영 : 야? 그럼 우리엄만? 약혼식이라고 일가친척 다 모아놓고 했는데.. 지금깨면 난 뭐가 되냐?

현주 : 체면이 그렇게 중요하니? 결혼도 아니고 약혼인데.. 뭐 어때? 호적에 줄간것도 아닌데...

상영 : 뭐야?

현주 : 그래 체면.. 그 알량한 체면 때문에.. 나랑 못헤어지는거야?

상영 : 체면 때문에 결혼한다고 하는 사람이 어딨서? 야.. 소설 그만써.

현주 : 사랑? 니가 날 사랑하기는 한거니?(눈에 눈물이 한방울 주루룩 흘러내린다) 사랑한다는 사람이 내가 왜 삐삐에 대답못할까.. 그럴만한 사정이 있을거야라고 생각해주면 안되니?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 전화에다 대고 화를 내고 끊어버려? 그게 사랑이니? 그게 걱정하는 사람이야?

상영 : 그건.. 그건.. 장모님 수술중이라고 네가 먼저 말했어야지.. 내가 얼마나 걱정했으면 그랬겠냐.. 연락이 몇시간씩 안되고... 그리고 장모님 아픈것도 하루이틀도 아니고...

현주 : 그래..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일년, 이년이 된것도 아니야. 겨우 몇 달이야.

상영 : 겨우 몇 달? 그게 옆에 있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긴 시간인데...

현주 : 긴시간? 그래.. 상영씨에게는 긴 시간이겠지.. 어차피 남이니까...

상영 : 야 넌 뭔말을 그렇게 하니?

현주 : 미안해. 상영씨.. 상영씨가 상영씨 어머니 생각하는 것 만큼 나도 우리엄마 사랑해..

상영 : 누가 너 엄마 사랑 안한다고 그랬어? 야...

현주 : 상영씨 어머니 앞으로도 자주 찾아뵙지도 못할거고, 난 우리 엄마 빨리 못보내.. 그러니 이 생활 언제 끝날지 몰라.. 그러니.. 상영씨 좋은 사람 만나. 상영씨는 언제든지 좋은 사람 만날 수 있다고 어머니도 그려셨고 나도 그렇게 생각해..

상영 : 야.. 넌 꽁하게 그런말을 맘에 담고 있었냐?

현주 : 그냥.. 나한테 좀 시간을 줘.... 나 .. 지금 상영씨에게 까지 챙길 여유가 없어.. 미안해..

현주 그대로 가버린다. 상영 현주를 바라보다 아이씨.. 하는 얼굴 표정을 보인다.

상영 : (현주의 뒷모습에 보고) 그래가라. 가.. 좀 오냐오냐 했더니. 가..가라고.

자존심이 상하고 화가나서 상영 어쩔줄 몰라한다.

현주는 한번도 뒤돌아 보지 않고 상영의 시아에서 멀어져 간다.

#2. 현주 서울 자취방

현주가 화장실 수리 하는 광고 책자를 보고 있다. 현주와 다영이 외출에서 돌아온다.

다영 : 어 오늘 빨리들어왔네? 상영씨 만난다고 해서 난 좀 늦을줄 알았더니..

현주 : 어...

다영 : (현주가 보고 있는 책자를 같이 본다) 화장실 수리하게?

현주 : 엄마 퇴원하시면 제일 문제가 화장실이라..

다영 : 수리비 많이 들텐데... 너 지금 그럴 여유 없잖아. 월급도...(현주 눈치 살핀다)

현주 : 어.. 그런데.. 그래도 엄마퇴원하셔야 하잖아.

다영 : 그러지 말고 이동식 화장실 사.. 그게 더 싸겠다..

현주 : 이동식 화장실?

다영 : 어.. 의료기기 상가 가면 있어.. 참 너 휠체어도 사야지 않아? 엄마 못 걸으신다며...

현주 : 어.. 안그래도 휠체어 가격이 비싸서 어디 중고라도 없나 알아보는 중이야..

다영 : 참.. 효녀다.. 적금부어놓은거 다 병원비로 내고.. 의료보험조합에서 월급 차압하고.. 주말이면 만사 다 제쳐놓고 가서 병간호 하고.. 참.. 너보면 딸 없는 사람 불쌍해보인다..

현주 : (눈이 반짝)이동식 화장실??!!.. 그거 얼마나 할까?

다영 : 내가 알어? 가봐야 알지...

현주 : 그런거 어디가야 쌀까?

다영 : 큰 병원 앞에 가봐.. 거기 의료기기상가 널렸어... 그런데 넌 왜 그렇게 엄마에게 집착하는 거야?

현주 : 집착? 엄마잖아.. 무슨 집착?

다영 : 그야 당연히 딸로서 부모 공양하는 것은 맞는데.. 넌 좀 심해... 중증이야..

현주 : 중증?

다영 : 지 죽는지 모르고 언니한테 간병인비 까지 주고, 적금깨먹은것도 모자라 마이너스 통장에서 빼서 병원비 내고.. 너네집에 너밖에 없니? 그리고 아버지도 벌고, 언니도 엄마 쓰러지기 전까지는 벌었다며? 그럼 얼마간 모아놓은 돈이 있을거 아니야? 왜 너혼자 모든 총대를 다 매는 거야?

현주 : (웃는다) 내가 말을 안해서 그래.. 집에서 몰라. 내가 이렇게 경제적으로 쪼들리는거...

다영 : 왜 애?

현주 : 그냥.... 말하기 싫어...

다영 : 식구잖아.. 가족이잖아.. ? 그러데 왜?

현주 : 몰라.. 그냥.. 내 맘이 그래...

다영 : 하여간 별나....... 참 너 이번에 승진 심사 있다는 소문 들었어?

현주 : 난 안될거야..

다영 : 왜? 너 근무성적 좋잖아... 지난번에 너 동기가 대리 달았으니.. 너두 이번에 확률있잖아.

현주 : 안돼.. 월급 차압된 것 인사고가에 반영된대..

다영 : 그래? 그런것도 있어?

현주 : 강차장님이 눈치주시더라.. 어떻게든 차압들어오는거 막아보라고.... 인사고가 반영되면 승진 힘들다고.

다영 : 그래? 그 땍땍이 강차장이 그래도 너는 이쁘게 봤나부네.. 하여튼 너 없으면 과가 안돌아 가긴 하지...

현주 : 뭘또. 그렇게 까지 말해.. 그냥 안됐으니 하는 말이겠지...

다영 : 강차장 하여간... 깐깐하긴 사람이.. 남자가 좀 넉넉한 맛이 있어야지.. 하긴.. 그러니 아직 장가를 못갔겠지..

현주 : (웃는다.) 언니두...참...

#3. 병실

한수와 송자가 있다. 현주 들어선다.

현주 : 아빠

한수 : 어 왔냐?

송자 : (현주를 보고) 엄마...

현주 : (놀란다) 엄마?? 엄마라니?? 아빠??

한수 : (외면하며) 왔다 갔다 한다.

현주 : (눈물이 왈칵) 엄마...

한수 : 울지마.. 차라리 엄마에겐 이게 더 나을수 있어. 얼마나 깔끔하던 사람이었냐? 지금 자기를 스스로가 용서가 안되는 거겠지..

현주 : 엄마....

한수 : 그래도 계속 그런 것은 아니다. 뜨문 뜨문 맑은 정신일 때도 있어.

현주 : 엄마....

송자 : (현주의 손을 보고) 엄마.. 먹을거다..

현주 : (눈물을 닫고 봉투에서 막국수를 꺼낸다) 네.. 막국수 사왔어요.. 지난주에 약속했죠! 사온다고..

송자 : (아이처럼 좋아한다)

한수 : (송자침대를 올리고 식탁을 펼치고 먹을 준비를 해준다) 안아플 때 많이 사줄걸....(목이 메인다)

송자 막국수를 맛있게 먹고 있고, 한수와 현주가 보호자 침대에 앉아있다.

현주 : 아빠..

한수 : 왜

현주 : 엄마 퇴원하셔야 하지 않을까요?

한수 : 해야지.. 병원비.. 많이 나오지?

현주 : 아직까지는.. 이제... 의료보험 사용일수가 얼마 안남아서요... 약타다 먹는 날도 다 의료보험날수에 계산된다니.. 일단 퇴원했다가 상태봐서 다시 입원하시는게 어떨까 하는데요..

한수 : 그래야지... 작년에는 엄마가 후반기에 수술을 해서 .. 약타다 먹을때는 의료보험으로 먹고 수술은 일반으로 하고, 거꾸로 하느라고.. 참.. 의료보험 조합에서 연락 안오냐? 요즘은?

현주 : 좀 기다려 달라고 했어요...

한수 : 그것도 꽤많을 텐데.... 내가 무식해서... 퇴직하는것도 아무 준비없이 갑자기 하느라고.. 너한테 미리 말해서 의료보험을 너한테 올려놓았어도...

현주 : (말을 돌린다) 아빠... 화장실이 문젠데요..

한수 : 그러네.....(끄덕끄덕) 집에가면 화장실이 문제네..

현주 : 네.. 그래서 휠체어랑 이동식 화장실이라는거 살려는데요.. 일단 돈이 안돼서 급한 것 먼저 살려고요. 둘중에 어떤거 먼저 사는게 좋을까요?

한수 : 이동식 화장실? 그게 뭔데..

현주 : 네. 의자같이 생겨서.. 애들 변기처럼 아래를 빼서 치울수 있어요.

한수 : 그래? 그런게 있었어?

현주 : 네. 화장실 수리할려고 하니 .. 가격이..

한수 : 그렇지.. 가격이 비싸겠지.. 이동식 화장실이라.. 그거 어떻게 생겼디? 자세히좀 설명해봐..(눈동자가 반짝반짝)

현주 : ( 한수에게 이동식 화장실 설명하는 모습이 대사없이 화면만,... 송자는 옆에서 맛있게 막국수 먹는다.)

한수 : (설명을 다 듣고) 그래.. 그럼 일단 휠체어부터 사자.. 화장실은 오강으로 좀 써보자..

현주 : 네...

송자가 막국수를 다 먹고 흡족한 표정으로 숟가락을 던진다. 현주 막국수 그릇을 치우고 한수가 송자 입을 닥아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