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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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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2010-08-11

#1. 병실

6인실 병실... 병실.. 송자가 머리에 붕대를 감고 있고, 현주가 옆에서 엄마 다리를 주무르고 있다.

현주 : 엄마.. 가슴 안아퍼요?

송자 : (고개만 가로 젓는다)

현주 : 엄마.. 뭐 드시고 싶은거 있어요? 과일 사올까?

송자 : (느리고 어눌한 말투로 )막. 국. 수

현주 : 엄마는 .. 맨날 막국수야.. 그렇게 드시고도 안질려요? 엄마 막국수는 다음에 사드릴게요.. 엄마 수술하고 얼마 안되서... 오늘은 부드러운거 드시고.. 막국수는 내가 다음주에 와서 사드릴게요...

송자 : (아무 반응이 없이 TV로 고개를 돌린다)

현주 : 엄마.. 우리 여행가야지.. 엄마랑 갈려고 제주도 적금부었는데...

송자 : 제주도.. 시러..

현주 : 그럼 어디??

송자 : 하와이.

현주 : 엄마..(웃는다) 하와이는 좀... 세다(고개짓하며)

송자 : 그럼 미국

현주 : 미국?? 이모보고 싶구나..(소리내서 웃는다) 그래.. 엄마.. 엄마가 일어나서 걸을수 있으면 내 같이 가죠... 그러니 꼭 일어나.. 알았죠?

송자 : (고개 끄덕끄덕. 그러다 표정이 바뀐다.)나.. 비행기 탈 두 돼? 무섭지 않아?

현주 : 응... 안무서워... 내가 손 꼭잡고 탈게요..

송자와 현주의 모습에서 카메라 out

#2. 서울 현주 회사앞 카페

현주와 상영이 마주앉아 있다. 상영이 화가 나 씩씩대고 있고, 현주는 쓰러지기 직전의 아주 피곤한 모습이다.

상영 : (화가나있다) 너. 뭘 잘했다고 연락이 없어. 그래 누가 이기나 해보자는 거야?

현주 : 그런거 아니야.. 그냥.. 거기까지 신경을 못썼어.

상영 : 신경을 못써? 내가 그정도 밖에 안되는거야? 너한테.

현주 : 왜그래.. 상영씨..

상영 : 왜그래?

현주 : 상영씨. 나 지금 충분히 힘들거든.. 상영씨 만이라도 나 좀 편하게 해주면 안 돼? 어?

상영 : 편하게 놔달라고? 허.. 참...

현주 : 상영씨.. 힘들 때 기댈 수 있게.. 잠깐만이라도 내 휴식처 노릇해주면 안될까? 평생 그렇게 해달라는거 아니잖아. 그냥.. 지금만.. 지금 나 너무 힘들어.. 상영씨..

상영 : 편한거 찾으면 소파하나 사면 되겠네...

현주 : 상영씨... 농담하는거 아니야..

상영 : 나두 농담하는거 아니야... 벌써 몇 달째야.. 우리 결혼식 미루자 할때도 나 아무소리없이 찬성해 줬어. 그리고 지금 몇 달째 너 지금 병원에만 매달려 있는것도 아무소리 안했고, 너 우리엄마 생신, 안챙겨도 아무소리 안했어.

현주 : 알아.. 알아..

상영 : 알긴 뭘알아? 너가 의료보험에서 월급 반 차압했어도 나 아무소리 안했어. 누가 빚있는 사람이랑 결혼할려고 하겠어?

현주 : 알아.. 상영씨..

상영 : 알아? 알긴 뭘알아. 결혼하면 그빚 다 내가 떠안아야 하는거 아니야.. 그런데..

현주 : (얼굴이 굳는다) 뭐야!!! 상영씨.. 그만하자..

상영 : 그만? 뭐가 그렇게 대단하셔서.. 그만하자고... 그래 그만하자.. 나 빚이쓴여자 시러.. 우리 엄마한테 곰살맞게 굴지 못하는 너도 이젠 질리고.

현주 : 그래.. 상영씨.(힘없이 낮은목소리) 나 빚있어서 싫단 말이지. 그래.. 그동안 고마웠어. 좋은사람 만나서 행복하길 바랄게..

상영 : (말을 잘못했다는 것을 알아챈 듯 말톤이 바뀐다.) 아니.. 그런말이 아니잖아.

현주 : 그래.. (쓴 웃음) 미안하네.. 빚이 많으면서도 주잭맞게 상영씨 붙들고 있어서.. 미안하네.... 미처 거기 까지 생각 못했어.(현주 손에서 반지를 빼서 테이블에 올려놓는다)

상영 : 이거 뭐하자는 거야?

현주 : 미안해.. 내가 눈치가 없었어. 그럼..(현주 일어나 나간다)

상영 : (앉아서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다가 반지를 들고 이내 따라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