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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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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현정 2010-07-10

S#1. 우체국안

카메라 시계를 비춘다. 시계는 오후 6시 40분을 가르키고 있다.

허주사 초조한 듯 담배를 들고 나가려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청년이 청소를 하다 전화를 받으러 가는데 허주사가 뛰어와 먼저 받는다.

허주사: (헉헉대며)감사합니다. 창촌 우체국 허태구 입니다.(실망한 기색으로) 네..저 죄송하지만 오늘 업무 마감했습니다. 내일 다시 전화주기겠습니까? 네..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힘없이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청년:(허주사 눈치를 살피며)기다리는 전화 있으세요? 어제부터 계속 전화통만 처다 보시네요. 전화기 뚫어 지겠어요.

허주사: 어 별거 아니구.

허주사:(담배를 만지작하다 담배가 부러진다)

청년: 오늘 무슨 일 있으세요? 정말 이상해요. 집에 무슨 일 있으세요?

허주사: 어.. 아니 저...집사람이 원주로 나간 게 벌써 이틀째인데 연락이 없네.

청년: 원주요? 형수님 애 낳으세요?

허주사: 아직 몰라. 그냥 어머님이 데리고 나가셨어.

청년: 왜 원주까지요. 왜요? 형수님 어디 많이 안 좋으세요?

허주사:(피식 웃으며)아니야.. 우리 어머니 극성 때문이지 뭐. 산모가 나이가 많다고 하시면서...

청년: (좀 편안한 표정으로)참.. 용암댁 아주머니 열성은 대통령 표창장 감이라니까요. 정말 그 열정만은 대한민국 일등일겁니다.

허주사 : 좀 유난하시지만 그래도 정이 많으신 분이야.

청년 : 누가 뭐랍니까? 용암댁 아주머니도 시대를 잘못타고 나셔서 그렇지 요즘 태어나셨으면 여자 대통령도 하셨을 거에요.

허주사 : 그건 그래.... 그러니 나이 서른에 과부가 되셨겠지.. 그리고 여자 혼자몸으로 재산일구며 자식키우신 거겠지.

청년 : 그나저나 오늘은 벌써 퇴근시간도 지났고, 연락 안 올 것 같은데 소주나 한잔하러 가시죠.

허주사: 그럴까? 집에 사람도 없는데..

허주사 옷을 입고 일어서려 하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허주사:(날아가다 시피 전화기를 들고)네 감사합니다. 창촌우체국 허태구입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커다란 음성이 들린다.

용암댁:“아범아.. 꼬추다”

허주사:(전화기를 멀리하며)아이고 어머니 귀청 떨어지겠소. 좀 작게 말하셔도 되요(얼굴에 함박웃음을 띄며) 아.. 네.. 네... 네...

전화를 내려놓는 허주사가 소리를 지르며 기뻐했다.

청년: 왜요? 나았데요? 뭐래요?

허주사: 꼬추란다.. 드디어 나도 아빠가 됬다.. 야.....호.....(청년을 안고 들어올리며 기뻐한다. )

청년 : 형수님은요..

허주사 : 다 건강하데...(청년과 떨어진다. )야!! 나 간다. 술을 다음에 먹자.(밖으로 나간다)

청년: 조금 있으면 해떨어져요. 내일 아침에 나가세.....(말을 마치기도 전에 허주사는 나가버린다)

청년 웃으며 허주사가 나간 문을 보다가 갑자기 뭐가 생각난듯 책상 서랍에서 봉투를 꺼내 황급히 허주사를 따라 나간다.

S#2. 우체국 앞

허주사가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출발하려 한다.

청년 : (다급히 나오며) 잠깐만요...여기.. 이거..

허주사: (청년이 주는 것을 받는다) 이게 뭔데??(봉투에 홍천우체국 직원일동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청년: 형수님 미역이라도 사주시라고요. 조카 생기는데.. 그냥 있을수는 없죠.

허주사: (받아서 손에 쥐고) 이런건 언제 또 준비했어?

청년: 황기사님이 오늘 낮에 가져다 주셨어요. 형수님, 해산하면 드리라고요.. 그러고 보니 형수님하고 용암댁 아주머니 원주 가시는것 알고 계셨는가 보네요.

허주사: (봉투를 받아 안주머니에 넣으며) 그 사람들도 참 ... 내 잘 전해줄게..

청년: 조카 어떻게 생겼는지 잘 보고 와서 알려주세요.

허주사:( 오토바이 시동을 켜고.)알았다. 내 눈으로 사진 찍어서 가져오마.

청년:참.. 사진기 가져가시죠.. 저희 집에 들려서..

허주사:아니.. 아들 빨리보고 싶어서 못기다리겠다. 오늘은 그냥 갈게.. 내일 찾아다 줘. 내일가면서 가져갈게..

청년 : 저리도 좋으실까.. 저리 좋은걸 어찌 남보다 늦게 장가를 가셨는지.. 네.. 밤길 조심하세요..

허주사:(오토바이 출발한다.) 내일 아침에 좀 늦을지도 몰라. 원주서 오늘 자고 내일 올게..

청년:(소리지른다) 네... 축하드려요..

허주사 오토바이 어둠속으로 사라진다.

하늘에 별이 초롱초롱하다.

S#3. 깜깜한 밤 국도

원주 기독교 병원을 20분정도 남겨놓은 국도.

해 가지고 어두운 길을 허주사가 오토바이를 타고 원주로 가고 있다.

허주사 길을 잘 모르는지 오토바이위에서 두리번 두리번 한다.

허주사 길 찾으랴 운전하랴 번잡스럽더니 그만 논으로 굴러 떨어진다.

카메라는 이정표 closeup.

이정표에는 원주 기독교병원 4km 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허주사 굴러 떨어지고 잠시후 길 가던 차가 서고 한 남자가 내린다. 그 남자는 허주사 오토바이에서 나오는 불빛을 따라 들어간다.

그 남자 허주사를 발견한다.

남자: 아저씨.. 아저씨.. 정신차리세요..

허주사:(정신이 드는듯. 그러다 이내 얼굴이 고통으로 이그러진다. 허주사 얼굴에는 피가 나고 손으로 다리를 잡고 신음하기 시작한다)

남자: 아저씨 걸을수 있으시겠어요? 구굽차 부를게요.. 아저씨.. 여기 잠깐만요..(두리번 거리며 길로 나온다)공중전화가 어디있지?

남자가 공중전화를 찾아 두리번 거리며 뛰어 나가고 허주사는 고통에 일그러진 얼굴로 다리를 잡고 있다.

S#4. 원주 기독교 병원 응급실 앞

원주 기독교 병원응급실로 구급차가 들어온다.

구급차에서 허주사가 실려 내린다. 잠시 전 허주사를 구해준 남자도 같이 내린다.

허주사 : (얼굴이 까져서 피가나고 있다)아.. 아......

간호사와 의사가 나와 허주사를 이동침대로 옮긴다.

남자: (허주사에게) 아저씨 저 이제 갈게요.. 여기가 기독교 병원이에요.. 빨리 나으세요.

허주사:(남자를 잡는다) 감사합니다. 연락처라도(얼굴이 일그러지며 말을 못 잊는다)

남자:(웃으며)어차피 여기 계실 거 아닙니까? 제 나중에 병문안 오지요.. (허주사 침대는 응급실안으로 옮겨지고, 남자는 그 뒤에서 소리친다) 아들한테 제 인사도 전해주세요..

허주사:(고개는 들지 못하고 손을 흔든다.)네.. 고맙습니다.

허주사 침대가 응급실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남자가 웃음을 띤 얼굴로 보고 있다.

구급차 기사 : (차에서 내리며) 차 있는데까지 어떻게 가실거에요. 모셔다 드릴까요?

남자 : 그러시면 저야 좋죠. (허주사 들어간 쪽을 보며) 저분도.. 가까운병원다 싫다 하고 구지 여기로 와야 한다고 해서.. 많이 난처하셨죠?

구급차기사 : 그래도 어쩝니까. 저도 자식있는 애빈데.. 얼마나 자식이 보고 싶겠습니까!!

남자 : 자식이 뭔지....

구급차기사 : 그러기에 말입니다. 낳는 순간부터 근심덩어리 돈 덩어리인데요..

남자와 구급차기사 창에 오른다.

S#5. 응급실안

허주사에게 간호사들이랑 의사가 3명 다가서 있다. 간호사는 허주사의 팔에서 혈압을 체크하고 피 검사를 하고 있다.

의사: 이름이 뭐에요?

허주사: 허.. 태..구

의사 : 주소는요.

허주사: 홍천군 창촌..면...

의사:(받아적는다) 집 전화있으세요? 아니면 원주에 친척분이라도 계세요?

허주사 : 아니요...

의사: 그러면..보호자 하고 어떻게 연락할수 있습니까? 수술 하셔야 할것 같은데요... 저 보호자하고 연락이 되야하는데 보호자 연락할 방법좀 알려주세요.

허주사: (아파서 인상을 쓰며)여기있어요.

의사:(멋칫)뭐요? 다시 말씀해주시겠어요?

허주사:여기 병원에 있어요..

의사: 여기 직원이세요? 가족분이?

허주사: 아뇨..오늘 아내가 애를 낳았어요.여기 산부인과에 아내가 있다구요. 어머니하고.

의사: (쓰던 손을 멈추고 허주사를 바라보고) 여기 부인과 애가 입원해 있다고요?

순간 정적이 흐르고 모든 의료진이 놀란 표정으로 서로 얼굴을 처다본다. 사람들 표정이 너무 재미있다. 모든 사람 얼굴표정 한번씩 비추면서 fade out

S#6. 응급실.

허주사는 잠들어있고 용암댁이 의사와 마주서있다.

의사: 두 다리뼈가 부러져서 내일 수술하셔야 합니다.

용암댁: (굽실굽실)아네 선생님. 그저 잘만 수술해 주십시오. 저.. 오늘 아빠된 사람인데. 애기를 생각해서 잘좀 수술해 주십시오.

의사 :(얼굴에 웃음이 피어나며) 네 할머니.. 다행히 다른 곳을 크게 다치질 않으셔서 다행입니다. 그리고 빠르게 이 병원으로 오신것도 천행이시고요.

용암댁: (계속 굽신 굽신 하며) 선생님.. 부탁드릴게요... 잘 좀 해주세요.

의사: 구급차 운전기사에게 꼭 이 병원으로 가달라고 부탁에 부탁을 하셨다고 하시던데요.. 그런데 아들은 며칠후나 아빠를 만날 수 있겠네요.. 수술하시고 나면 다리를 고정시켜야 해서 아주 커다랗고(팔을 벌려 머리위까지 쭉 올리며) 무거운 집을 지어드릴 거거 든요. 그러면 그렇게 몇주 있으셔야 합니다. 그러니 아무곳도 못움직이세요.

용암댁:(속상한 표정으로) 그럼. 얼마나 있어야 아범이 아들을 볼수 있을까요?

의사: 글세요.. 휠체어라도 탈려면 3주 정도 걸리겁니다. 그리고 신생아는 병균 감엽 때문에 병실에 못들어오니.. 아마도 아드님하고 손주분 상봉은 좀 한참 걸리지 않을까 싶은데요..(얼굴에 아주 재밋다는 표정이 피어오른다. )

용암댁:(속상해서 죽는 표정으로 허주사 잠든 얼굴을 본다.)

의사 : 그래도 이만하신게 천행이죠. 아들 얼굴도 못보고 가실뻔했어요.

용암댁 : 그러야 그렇죠. 유복자 만들뻔 했는데. 그러니..선생님 잘좀 부탁드릴게요.

허주사 잘 자고 있고, 용암댁은 자고 있는 허주사를 보고, 허주사 다리를 만저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