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렴풋이 기억하기를
더운날 햇빛이 따사로울 때였다
하늘에 구름 사이로 파란 물결이 일때
소녀는 눈을 찡그리며 올려다 보았다
흙 투성이 옷을 털며
범인 잡혀가듯
투벅 투벅 집으로 향한다
집은 바다 가까이 뚝에
조그맣게 자리잡은 시멘트 집이였다
온통 회색빛으로 낙서하나 없는 집이였다
"엄마 !!엄마"
"니 뭐하다가 인제 오노"
"동이가 놀자꼬 해서"
"어여 씻고 동생좀 봐래이"
"알긋다"
소녀는 찬물에 손을 담그며
제 얼굴을 바라본다
맑은 물에 보인 얼굴이 미소를 짓는다
그러다 한쪽 눈에 흘러내리는 것을 훔친다
"남아 일로 온나"
"누나랑 놀자"
달그락 거리는 부엌소리
점점 더 빨라진다
스륵~~
차가운 문이 열린다
"밥차려"
신발이 내동댕이 쳤다
남이는 입을 다문채
가만히 앉았다
소녀는 떨리는 입술을 잡으며 티비를 본다
"뭐이래 느려 터졌노"
"지금 다해 가요"
부엌은 더 시끄럽다
바다가 바로 옆이지만
바다 냄새가 나지않았다
철을 태운듯한 무서운 냄새가 났다
소녀는 얼른 일어나
부엌에서 상을 펴서 아버지 옆에 놓는다
엄마는 부지런히
상을 차린다
소녀와 남이는 아무 말도 아무 표정도 없다
네식구 나란히 앉아 밥을 먹는다
소녀는 밥숟가락을 뜨는데
눈이 흐릿흐릿 했다
다시 다잡고 밥을 먹는다
순간
"뭐이래 뜨겁노 "
남이의 울음이 터졌다
밥상은 엎어지고
소녀는 얼음이 되었다
손이 떨려 남이를 달랠수도 없었다
"아악"
"눈감아라"
엄마의 비명소리였다
소녀는 흘러내리는 눈물을 감추며
남이를 안고 눈을 감는다
죽은듯이 아무 소리도 내지않는다
다시 차가운 문소리가 난다
소녀는 서서히 눈을 뜬다
남이를 품에 꼭안고
재빨리 문을 열어
밖을 살핀다
엄마가 머리를 추스린다
다리를 절둑거리며 부엌으로 간다
부엌이 슬펐다
엄마는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다
소녀도 슬펐다
다시금 남이를 꼭 안았다
조금후 부엌이 조용했다
소녀는 남이를 다부지게 앉히곤
엄마에게 갔다
머리카락이 내려와있었다
엄마가 아니였다
그냥 어린아이가 흙투성이에서 신나게 놀다
집에 온것처럼 엄마가 아니였다
집에는 아무런 소리가 나지않았다
늦은저녁
소녀와 남이와 엄마는 같이 누었다
눈은 감아지지 않고
생각도 안할수 없었다
소녀는 억지로 눈을 감으려 했다
그러다 저멀리 어딘가 들려오는 무서운 기침소리
소녀는 이불을 끌어 앉았다
남이를 가슴으로 가까이 끌러앉았다
차가운 문소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