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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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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BY 김동원 2009-02-21

어머니의 따뜻함을 처음 느껴본 게 아마 일곱 살 때의 일이었을 것입니다. 물론 갓난아기일 때부터 어머니의 품에 안겨 자라왔지만 그 품 안에서 어머니의 온기를 가슴속에 새겨 넣게 된 최초의 순간이었습니다.

대전시 가수원동 은아 아파트 6층, 어머니와 단 둘이 자장면을 먹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날은 날씨가 매우 흐렸습니다. 어머니 뒤편에 있던 네모난 창, 그 너머로 짙게 깔린 회색빛 하늘이 저희 집을 집어삼킬 것만 같았죠. 그때 정말이지 요란스런 천둥이 치기 시작했습니다. 집안까지 번쩍이게 하는 천둥번개에 겁을 먹은 저는 어찌해야할지 몰라 부들부들 떨고 있었죠. 어머니는 그런 저를 껴안고 등을 토닥이며 괜찮다고 달래주셨습니다. 그 따뜻한 품에서 저는 안심할 수 있었지요. 제겐 가장 무서웠던 순간이면서도 따뜻했던 순간이었습니다.

음.. 그리고 제가 처음으로 어머니께 욕을 했던 기억도 나네요. 초등학교 2학년, 어느 날 선생님께서 저를 부르시더니 시험에서 1등을 했다고 칭찬해주신 적이 있었습니다. 너무나 기쁜 마음에 집으로 갈 새도 없이 공중전화로 달려가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당당하게 자랑했습니다. 제가 1등을 했다고 말입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거짓말이 아니냐며 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하셨습니다. 그런 어머니의 태도가 제게는 마치 의심이 섞인 비아냥거림으로 느껴지더군요. 사실은 놀랍고도 너무나 기뻤을 어머니의 마음이었을 텐데 말이죠.

저는 홧김에 뜻도 모를 욕 한마디를 내뱉었습니다. 그러고선 전화를 끊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저를 거짓말쟁이로 몰아버리는 것만 같아 속이 상하기도 했지만, 어머니께 욕을 했다는 죄책감, 아니 죄책감보다도 훨씬 컸던 두려움이 저를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앞으로 어머니를 대할 두려움 말이죠.

결국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방황했었는데 정확히 무얼 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그래도 7시 전까지는 들어갔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그리고 지금, 저는 19살. 수능을 바라보고 있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공부에 전념해야할 시기이기도 하지만, 욕심이 많은지라 글 쓰는 것 또한 포기하고 싶지 않아 이렇게 소설을 연재해보고자 합니다.

특별히 구성해놓은 스토리가 있는 건 아닙니다.

중학교 때 ‘엄마의 눈’이라는 작품으로 글짓기 대회에 출전하고, 작년에 다시 한 번 같은 제목의 작품으로 출전했지만 ‘더 잘 쓸 수 있었는데……’하는 아쉬움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어 이번에는 좀 더 길고, 깊이 있게 작품을 써보고자 합니다.

저희 어머니를 바라보며 느낀 감정들을 적고자 하는 것이지만, 부모의 마음은 모두 같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기에, 이 글은 어머니들이 읽어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으로 유심히 바라보았던 엄마의 눈에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가 담겨있었습니다.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글을 쓰다보면 그 무언가를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