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A씨에게 남학생 방을 쓰지 못한다고 한 학교의 방침이 차별행위라고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682

그림자 #4


BY 구슬 2008-10-11

 욱!! 우웩~~ 모야.. 이건..

웩웩거리다가 한참을 토하구나서야  어렴풋한 그날의 기억을 더듬었다.

 어리석게도 그때의 나는 겨우 수면제 20알에 죽을수 있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정말 죽으려고했던 다시는 살고싶지않고 보고싶지 않은사람들.. 그런데 지금의 난 둘째의 임신으로 울렁거리는 속을 다스리며 어찌해야할지 망설이고있었다.  유산.. 생각해보지않은것은 아니지만, 두려웠다.

  저녁상을 차려서 방으로 가져다주고는 미리 준비했던 약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그리고는 손바닥위에 있는 그 약을 내려다보았다. 갑자기 눈물이 핑돌고 시야가 흐려지며 눈물이 뚝뚝 떨어지기시작했다.

 이럴려고 시집이라는걸 왔구나.. 신랑하나 보구 한 결혼인데 신랑마저 차가운 눈빛으로 대하는걸 난 용서할수가 없었다. 이 집안에서 난 외톨이고 왜 이자리에 있는지,,,

 " 나 물좀줘.. "

 문이 열림과 동시에 약은 내 입으로 들어가서 삼켜졌다. 그리고는 말없이 그를 쳐다보았다.

 " 모야? 입에 넣은거 모야? "

 휴지통에 약봉지를 주워드는 그가 보였다. 내 볼에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걸 느끼며 서서히 기운이 빠지고  다리가 풀리면서 주저않았다.

 이거구나.. 이젠 끝이구나.. 편했다.. 죽는다는 두려움보다 참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젠 더 이상 힘들것두 미워할것두 없다는것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앙~앙앙앙~~~

 어렴풋하게 들리는 아기의 울음소리..

 일어나야하는데  우리 애기 배고픈데 우유를 줘야하는데.. 몸은 전혀 움직이지 못한채 많은 생각이 머리에서만 빙빙 돌았다. 아무리 팔을 들으려해도 발을 움직이려해도 꼼짝을 하지않았다.. 움직이기는 커녕 점점 더 아래로아래로 더 깊이 떨어지는것이었다.

 눈을 깜박이며 떴다감았다를 반복하고나서야 겨우 정신이 들었다.

 걱정의 눈빛으로 내려다보는 그를 외면하며 고개를 돌렸다.

 한줄기 눈물이 귀를 적시며 떨어지더니 하염없이 흐르기시작했다.

 " 괜찮아? 미안해.. 그런 바보같은짓을.."

 모가.. 모가 미안한건지.. 이미 끝났는데.. 난 살아있지만 이제는 예전의 내가 아닌데 죽으려고 약을 먹었던 그 순간부터 난 예전의 내가 아닌데.. 설사 같이 산다해도 그 애틋했던 사랑이 다시 돌아올수 없는데..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또 그렇게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그날 그와의 부부관계로 또 하나의 생명이 만들어진것이다.

 " 나.. 임신했어 근데 ... 근데 ... 나 낳구싶지않아. "

 " 무슨소리야.. 그럼 어떡하자는거야? 난 그렇게 못해. 생긴 애기인데 당연히 낳아야지. "

 " 연년생두 힘들고 약두 먹어서 안좋을것같고.. 그러네 난.. "

 " 병원에 일단 가서 확인해보고 얘기하자.. 딴생각말고.. "

 "............ "

 이번만 낳고 이왕 낳는거 빨리 낳고 단산하자는 그의 말에  ' 그럴까..것두 괜찮겠다. '

 그렇게 해서 둘째도 정확하게 큰애 낳은지 1년만에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모든지 당신맘대로 해야 직성이 풀리는 어머니와의 불화는 조금도 좋아지지않았고 점점 더 악화되기만했다.

 정말이지 하루가 1년 같은 생활.. 어떻게해야 여기서 해방이 될까..

 여전히 직장을 다니면서 그렇게 하루하루가 흐르고 있었다..

 

 " 왜이래.. "

 " 왜 이러긴...가만있어봐 .. "

 슬금슬금 그가 내옆으로 삐집고 파고들기 시작했다.

 " 싫어 하지마.. "

 대답할 필요가 없다는듯 하고자 하는일에 열심인 그를 보며 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임신하면 어떡하지. 싫은데.. 난 정말이지 부부생활이 죽기보다 싫었다.

 즐기기는 커녕 아무런 감흥도 없는 그런 행위가 꼭 동물같다는 생각을 하고있었다.

 그가 내 위로 올라옴과 동시에 밖에서 비춰지는 빛에 의하여 창문너머로 옅은 그림자가 서서히 가까워지며 짙어지고있었다.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고 움직이던 그림자가 짙은색을 띠며 멈췄다.

 우리는 서로 마주보다가 그쪽으로 눈을 돌렸다. 숨소리도 내지못하고 얼마나 그렇게 있었을까.. 

 한참후에 그 그림자는 그 자리를 떠나갔다. 온통 땀으로 범벅이 된 그와 나는 욕실에도 가지 못하고 그렇게 돌아 누웠고 그는 한숨을 쉬었다.

 어머니였다.. 시어머니.. 정말 징그러운 시어머니..

 젊은 나이에 혼자되셨다던 시어머니.. 그래서 그렇게 결혼을 말렸던 우리엄마..

 하지만 그게 우리 결혼에 걸림돌이 될수없다고 믿었던 내가 .. 그런 내가 지금은 가슴을 치며 후회하고있었다.

 같이 자다가 언니가 조금이라도 건들기만하면 깨서 짜증을 부리며 잠을 못잤던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을 하면서   ' 아 사랑하는 사람과는 괜찮아지는거구나..' 그래도 성관계는 그리 좋아하지않았다. 동물적인 행위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고 또 즐길수 있는 주위환경도 아니었으니까..

 가끔 문앞에서, 창문뒤에서 그렇게 지켜보는 시어머니가 너무 무섭고 눈도 마주치고 싶지않은 상황까지 생겼다.

 " 정말이지 답답하다.. 당신 엄마.. "

 "................ "

 " 결혼을 왜 시켰을까? 밥 할 사람이 없었니? 아님 같이 돈벌어 올 사람이 필요했던건가? 그것도 아님, 대는 이어야하니까.. ? "

 " ............... "

 " 말을해.. 왜 아무말도 안해? "

 " 그만하자.. "

 그의 표정은 굳어져있었다.

 " 그래 그만하자.. 얘기한들 어쩌겠어.. 모가 바뀌겠어? "

 " ....... "

 " 다신 나 건드리지마.. 이러다가 당신 엄마땜에 나 정신병원에 가야될지도 몰라.. "

 ".................. "

 " 정말 이럴줄은 몰랐다. 정말루 몰랐어,, "

 그렇게 시어머니의 그림자는 새벽마다 시간에 상관없이 조용히 우리를 지켜보고는 사라지기를 수없이 반복했고,

 새벽에 화장실 가는 소리가 들리면 방문을 열고 들으라는듯이 큰소리로 말했다.

 " 자다가 웬 목욕이야? 이 새벽에.. 쯧쯧.. "

 그가 목욕탕에 들어가는 소리가 들리면 바루 방에서 나왔다.. 어떻게 알고 나오는지 기가막힌일이다..

 그리고는 노크도 없이 화장실 문을 벌컥 열다가 문을 확! 닫으며 큰소리를 친다..

 " 에구.. 애비가 있었네.. 난 그런줄도 모르고 오줌좀 눌라그랬더니.."

 그런 어머니를 가엽다구 해야하는건지.. 불쌍하다구 해야하는건지.. 내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건지.. 아무생각없는듯한 눈빛으로 멍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가느다란 한숨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