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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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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와..


BY 화란 2008-02-26

식사시간은 언제나 고요하다.

그는 돼지고기가 들어있는 김치찌개를 보더니 인상을 썼다.

"넌 언제나 니 아들놈만 생각하지?"

그의 목소리에 심장이 떨린다.

"당신 고등어 잘드시잖아요. 이거 드세요. 전 석호가 일찍 올줄 알고...."

날카로운 그의 시선에 말문이 막혀버린다.

"나는 도대체 이집에서 뭐고? 니는 언제나 니 새끼들만 챙기고..니 서방이나 좀 챙겨봐라."

"네"

이럴때는 빨리 사과를 하는게 좋다는건 경험에서 오는 반사적인 행동이다.

"담에는 안그럴테니 오늘은 그냥 잡수세요."

난 참 자존심도 없나보다. 이젠 거짓으로 사과의 말을 건네는것도 힘들지가 않는다.

 

그는 묵묵히 잡곡밥을 모래알 씹듯 못마땅한 표정으로 씹어가며 나를 바라본다.

내 입안에 있는 음식물들이 내 목을 메이게 한다. 물이 필요하다.

언제나 그는 두렵다.

 

식사후 뉴스를 보며 그는 언제나 처럼 정치하는 사람들을 씹어댄다.

"나쁜새끼들...이러니 나라꼴이 어모양이지."

"그러니 말이에요."

그는 식사후 뉴스를 보는 시간에는 어김없이 과일을 찾는다.

그것은 그의 방식이고 나는 그의 방식에 맞게 과일들을 일사분란한게

깍아내고 있다.

그의 방식 그가 정해놓은 그 방식에 나는 언제나 맞추어 내야하는 의무감이 있는듯 하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와 사는동안은 내가 반드시 해야하는 일중 하나라는 느낌뿐이다.

남들은 하찮겠자만 그와 나사이에는 무척이나 중요한 일인듯 하다.

오늘은 사과를 잘라내고 있다

그가 없었다면 아마 씻어서 껍질째 씹어 먹고 있을 사과....

정성스레 껍질을 깍아 그에게 건낸다.

건조한 그의 손이 스치는 순간 내 마음에 자리한 그의 대한 공포가 하나씩 살아나는듯 하다.

'딩동'

혜지가 돌아온 모양이다.

반갑게 달려나가 문을 열어보니 혜지가 비에 젖어 서있다.

"엄마 밖에 진짜 추워! 보일러 틀었어?"

혜지가 호들갑스레 뛰어들어오며 아버지를 바라본다.

"아버지 다녀왔어요."

"오냐 여기 와서 사과먹어라."

현관문앞에서 양말만 벗어 던지고 방으로 달려가는 혜지는 정말 추웠던 모양인지

입술이 보랏빛이다.

혜지방 문을 열어봤더니 벌써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있다.

"혜지야 사과먹어~"

"엄마 나 그냥 씻고 잘래요. 내일 일찍가야되요."

"그래.알았어."

문을 닫고 나오면서 외톨이가 된 느낌이다.

요즘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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