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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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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석호


BY 화란 2008-02-10

주머니에서 클래식 음악이 들린다.

G선상의 아리아..이 음악으로 지정된 사람은 나의 하나뿐이신 어머니다.

"여보세요"

'석호야 어디야?"

"왜?? 나 오늘 늦을꺼예요"

짭게 쉬는 어머니의 숨소리에서 조급함이 느껴진다.

"그러니? 나는 집에 몇시에 올려나 궁금해서..."

"약속있어요. 식사 먼저 하세요."

석호는 어머니의 음성만으로도 집에 아버지가 와 계시다는 것을 느꼈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계실때 음성에 변화가 있다는걸 본인 스스로는 아실까?...

"그래 알았다. 운전 조심해라."

 

전화를 끊고 정지 신호에 걸린 틈을 타 담배를 한개비 물었다.

언제나 이 시각쯤의 전화..그리고 조금은 다급하게 느껴지는 어머니의

음성은 아버지를 암시한다.

 

한모금의 담배 연기를 밷어내면서 속도를 낸다.

오늘은 민영이와의 약속이 있다.

아버지 생각은 하기 싫다.

오늘은 민영이와 맛있게 저녁을 먹고 으스러져라 안아주다 올꺼다.

아버지 생각은 말아야지 하며 석호는 계속 생각을 한다.

 

아버지를 생각하면 그 순간이 감옥살이의 시작처럼 느껴진다.

언제나 자신만의 FM대로 살기만을 바라는 아버지...

 

고등학교 시절 석호는 토목공학과를 지원하고 싶어했었고 아버지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기를 강요하셨었다.

이유는 컴퓨터쪽이 돈벌이가 될꺼다라는 심산에서 였다.

중재를 위해 그 시절 중간에서 고생을 하신 어머니를 생각하면 아직도

분이 풀리질 않는다.

석호는 학력고사를 잘치뤘고 국립대학 토목공학과에 지원을 했었다.

물론 합격의 영광도 맛보았었다.

하지만 그 영광의 순간은 찰나로 끝날수 밖에 없었다.

아버지는 석호에게 입학금을 주시지 않았었고 이제 막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있던

석호는 어쩔도리 없이 어머니께 계속해서 조를수 밖에 없었다.

결국 어머니는 아버지라는 벽을 넘어서지를 못했다.

그래서 석호는 재수를 하게 되었었다.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카오스'라고 언젠가 들었던 혼란이라는 문구가 떠오른다.

 

그시절 처음으로 담배,술,그리고 여자까지 접해보았었다.

공부는 물론 잘 되지 않았고 겨우 지방 사립대학 건축과를 가게 되었고

당연 입학금 한푼 내놓지 않으시는 아버지를 이기지 못해 어머니는

공장에 나가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하셨었다.

사년내내 어머니는 아버지께 온갖 구박을 당해가면서도 공장에서 일을 하셨었다.

내 학비마련을 위해.....

처음 원했던 대학 입학금을 못대준 미안함을 갚으실 요량이셨던지

한번도 장학금 받아오지 못하는 나를 원망않으시고 묵묵히 참으로 묵묵히

힘든 시절을 견뎌내셨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음밖에 나질 않는 그 시절

인생은 찰나의 선택에 의해 마음대로 흘러가기도 하는것인가 보다.

 

석호는 날씨와 차안의 고요함과 어머니의 음성덕분에 잠시 암울했던

20대가 떠올라 기분이 얺잖기만 하다.

"젠장할...길도 더럽게 막히네"

8시에 민영이를 보기로 했는데 벌써 8시 10분이다.

민영이가 화를 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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