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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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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


BY 현정 2009-07-20

"엄마. 우리 놀러가?"

아무것도 모르는 사랑이의 맑은 눈망울이 한창 흥분되어 있었다.

사랑이는 내옆에, 소망이는 그 남자옆에서 잠이 들었다.

심야 버스에는 10명도 안되는 사람이 타고 있었다.

한참 신나서 종알종알떠들던 소망이가 잠이들자 차안은 적막이 흘렀다.

불도 꺼지 버스안에서는 가끔씩 들어오는 불빛만이 있을뿐이었다.

 

"대성이에게 전화했어요?"

남자가 적막을 갈랐다.

어둠속에서 말을 안하고 고개만 저었다.

"생각해 봤는데.. 일단 우리집으로 갈래요?"

내가 놀라 남자를 돌아다 보았다.

어둠 저 건너에서 남자의 두 눈이 나를 향해 있었다.

"우선 우리집에서 애들하고 자요. 내가 대성이집으로 갈게요. 밤이고 낮이고 드나들던 곳이니 대성이도 이상하게 생각안할 거에요. 그리고 내일 날이 밝으면 그때 방을 구해보던지 해요. 지금 너무 늦어서 애들 데리고 헤맬수도 없잖아요."

남자의 다소 황당한 제안을 거절할만한 여유가 나에게는 없었다.

두 아이를 데리고 이 세벽에 대성이 집까지 가는것도 무리다.

 

남자 집은 꽤 넓은 아파트였다.

혼자사는 남자가 이렇게 넓은 집이 필요할까?

안방침대위에서 자라는 남자의 권유에도 나는 거실에 이부자리를 폈다.

그리고 두 아이를 뉘었다.

속초에서 오는 내내 불편한 버스에서, 그리고 택시로 옮기고, 또 안고 올라오는 내내 두 아이는 깨지도 안고 잘자고 있었다.

 

숨을 고르고 있는 남자에게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주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다.

그런데.

냉장고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고 보니 코드도 빠져있었다.

씩씩 숨을 고르던 남자는 씩 웃더니 일어섰다.

"집에 자주 안들어와서 음식같은것 안사다 놔요. 썩으면 냄새만 고약해서.. 갈게요. 잘자요."

남자는 짧은 인사를 냄기로 문밖으로 사라졌다.

 

두 아이의 잠자는 모습을 보면서 그렇게 동틀때까지 앉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