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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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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둡고도 새로운삶


BY 하얀비 2007-10-29

모두가 바쁘게 학교에 가고 ......

혼자만 남았다.

이제 나에게 학교는 없다.

 나에겐 어떻게도 형용할수 없는 하얗고도 하얀 백지같은  너무도 슬픈 날.

열심히 공부하고 선생님들께 귀염받고 인정받고 솔선수범해서 반을 이끌어 나가면서 그렇게 인정받고 바르고 바르게 살아 왔는데 ..........................

이젠 모든게 의미가 없어지고 내 자신이 왜 존재하나 싶다.

슬픔에 빠져들 시간도 없이 엄마손에 끌려 처음으로 학교건물이 아닌, 또래 친구들이 없는 빛바래고 귀신이라도 나올것 같은 을씨년 스러운 건물 지하로 들어선 순간 숨이 헉 막혀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 쳐 도망가고 싶었다.

13살에 사회로 내딛는 첫 장면!

문을 연 순간 눈앞에 펼쳐진 머리통과 머리들.

너무 놀라 몸이 덜덜 떨려왔다.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이라 쌀쌀한 냉기가 한껏 더해져서 입술이 파래졌다.

겁이났다.

두렵고 무서웠다.

엄마는 누군가와 몇마디 나누더니 눈짓만하고 가버렸다.

나 혼자 놔두고.......

그곳이 가발공장!

상상도 못했다.

세상에 이런곳도 있다는것을.

왜 이런 가발을 만들어야 되는건지 이해가 안갔다.

할머니들이 머리빗고서 모은 머리카락으로 엿바꾸어 먹기만했지 .

엿장수들이 모은 머리카락들이 이렇게도 많은것인지......

그리고 힘들게 일하는 언니들이 이렇게도 많은것이 도저히 믿기지가 않았다.

긴건물에 긴책상에 나무로 만든 머리통을 하나씩 고정시키고 그물망을 씌워 코바늘로 머리카락 한올한올씩 매듭지어 단단히 채워 나가는 것이었다.

길이도 일정하게 해야하고 빠진곳도 없어야하고 .

통과못하면 혼나고 또 다시 해야하고.

옆에 언니가 안됐어 하면서 열심히 설명하고 가르쳐 주지만 제대로 할수가 없었다.

너무 열심히하는 그 많은 언니들이 ,내가,아니 세상 모든 여자들이 불쌍해서 자꾸만 눈물이 쏟아져 내려 하루종일 울고 또 울어 가며 딱딱한 나무의자에 앉아 구석에서 떨며 보냈다.

길고도 긴 날이었고

내 평생 마음이 제일 춥고도 추운날이었다.

그많은 여자들틈에 오로지 지키는 감독만 남자.

남자에 대한 적개심이 가슴속 깊은곳에서 또다시 불끈거린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학교를 파하고 재잘거리며 웃어대는 새하얀 교복을 입은 여학생들을 보는순간 내가 너무 초라하고 창피해서 급히 골목으로 숨어 주저앉아 넋을 놓고 말았다.

한참을 서럽게 울고 조금은 어두운 길을 신발을 질질 끌며 걸어 어렵게 어렵게 셋방살이하는 단칸방에 들어가니 아버지는 술에 절에 주절거리며 엄마에게 욕을 퍼붓고 있고 엄마는 말없이 바느질만 하고있어 슬며시 한쪽 구석으로가서 그대로 쓰러져 흐느끼며 울다 그대로 잠들고 말앗다

공장생활이 그렇게 시작됐다.

다행히 나랑 나이도 같고 비슷한 처지의 친구  한명이 있어 서로를 위로하며 열심히 살자고 서로에게 다짐했다.

공부에 대한 열망이 우리 둘이 너무도 똑같아서  돈 모아서 학교 가기위해 점심도 굶어가며 야근까지 해가며 몸을 혹사 시켰다.

집에가도 먹을것도 없고 공장에 남아서 일하면 냄새만 맡아도 침이 넝어가는 맛있는 라면을 얻어먹을수 있었다.

이젠 어느정도 적응해갈 무렵 서로 마음을 줬던 그 친구랑 내 잘못으로 인해 결국은 영영 미안하단 말 못하고 헤어지고 말았다.

 내가 구멍가게에서 과자 한봉지 훔친것을  그애가 보고 어른들한테 말을해서  난 정말이지 죽고싶도록 자존심상하고  창피해서 절대로 아니라고 오히려 그애를 몰아세우고 궁지로 몰아넣고 말았다.

견디기힘들어 결국은 이핑계 저핑게로 가발공장을 6개뤌만에 그만두었다.

다시 들어간곳은 가죽끈을 이어 엮어서 구두나 가방등의 재료를 만드는 곳이었다.

일이 훨씬 힘들엇다.

가죽을 조각칼로 약간벗겨낸다음 본드를 칠해서 서로 이어붙인후 매끄럽게 엮어 나가야되는데 자꾸만 떨어지고 울퉁불퉁해져서 다시하곤해서 손이 부르트고 ,본드 냄새때문에 머리가아파 오래 앉아서 하기가 힘들었다.

그렇다고 힘들다고 얘기 할 사람도 없고.

엄마는 온통 오빠 생각 오빠 걱정 뿐이다.

중3인데 고등학교 입학시험때문에 애를 태우신다.

언니,오빠가 학교다니며 공부하는것만 봐도 너무 부럽고 화가나고 슬프다. 더구나 오빠는 공부도 너무못해서 중학교도 간신히 들어갔고 이젠 고등학교 시험때문에 체력장을 하는데 멈마가 오빠 체력장하는 학교까지 음식을 싸서 나한테 들려서 서있게하곤 엄마는 열성을 다해 담장밖에서 비셨다.

턱걸이 하나하나 하는겄까지 가슴졸이며 애태우는 모습에 ,내 가슴은 또 다시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왜 나는 태어났나?

나란 존재는 있기나 하는걸까?

엄마의 그 모습에 , 바보같은 오빠모습에 화가난다.

난 정말 잘 할 수 있는데.......

절규하도록 지긋지긋하게 밤마다 당하며 말한마디 못하고 모른척해야한는 내 신세가 비참하다 못해 죽고 싶어진다.

어릴대부터 얼마나 많이 죽으려 했는가?

하지만 결심했다.

더 열심히 더 잘해서 보기좋게 모두에게 복수하겠다고.

이젠 도저히 견딜수가 없어 다시금 엄마를 조르고 졸랐다.

학교에 보내 달라고 .

한학년 늦는게 무슨 상관이람.

난 배우고 싶다.

누구보다 똑똑해지고 싶다.

오빠보다 똑똑해져서 날 짓누른 네놈이 꼭 후회하고 괴로워 하도록 만들어야한다는 일념이 날 배우고 싶다는 열망에 더 불붙게 했다.

그후로 단식에 들어갔다.

정말로 죽기를 다해서 애원했다.

내가 살아가자니 정말 독해졌다.

병원에 실려간후에야 학교에보내야겠다는 말이 나왔다.

지독한것이라고.

지독하지않음 어떡하라고,

희망이 없는데

벌써 새학기3월이가고 4월에 들어섰는데도 학교보내준다는 말이 없는데 그대로 지고 들어가면 결국 공장에 다니는 언니들처럼 식구들 뒷바라지하다 자기 인생 망쳤다고 한숨이나쉬고 체념하는 삶은 정말이지 죽기보다 싫다.

그러고도 모두에게 무시당하고,무식하다고,배운것 없다고.

1년동안의 생활이 나에게는 커다란 전환점이었다.

어린나이에 삶이란것에대해 많이 생각하고 생각했다.

이젠 또래에 맞게 살리라.

조금은 더 성숙한 마음가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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